여행 버라이어티 <1박2일>에 박보검이 떴다. 이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둔 전사적인 홍보는 익숙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박보검의 <1박2일> 출연이 반가웠지만, 그를 활용하는 가학적 게임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폭염 속 가학 게임;
잠잠했던 1박2일에 악령처럼 찾아 온 가학 논란, 그게 최선이었나?

충북 제천으로 자유여행을 떠난 <1박2일>에 반가운 손님들이 왔다. 박보검과 김준현이 출연해 조를 나눠 게임을 하며 여행을 즐기는 형식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초대 손님이 박보검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극대화되었을 뿐이니 말이다.

용돈벌기와 주유비 벌기 게임은 폭염 속에 연예인들을 궁지로 내모는 가학적인 게임이었다. 피를 흘리고 다쳐야만 잔인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송된 <1박2일>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게임들 자체가 가학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피디어 교체되고 새로운 피디가 자신의 감성을 담은 <1박2일>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논란이 '가학'이다. 과거 <1박2일>은 얇은 얼음물 위를 뛰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어 비난을 받았던 적도 있다.

KBS2 1박2일 <제1회 1박 2일 자유여행 대첩> 2탄

남자들끼리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간혹 과도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들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한동안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라졌던 <1박2일>에 시청자들이 쓴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폭염주의보가 전국에 내려져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작진은 그게 재미있을 것이라 확신했을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닥에 동전을 뿌리고 웃통을 벗고 몸에 동전을 찍어 자신 편으로 가져와 남겨진 양만큼 용돈을 받는 게임은 최악이다. 폭염으로 전국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재미를 빙자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만들고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동전까지 달궈져 있는 상황에서 맨몸에 그 뜨거운 것을 붙여 옮기는 행위는 하는 이들도 보는 이들에게도 괴로움을 전했다. 정말로 제작진은 폭염 속에 달궈진 동전을 땀에 절은 맨몸에 붙이는 것을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 걸까?

땡볕에 그냥 서 있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뜨겁게 달궈진 동전을 온 몸에 붙이기 위해 정신이 없는 출연진의 모습을 보면서 기괴함을 느끼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이는 일요일 TV 앞에 앉아 여행 버라이어티를 보는 시청자들마저 가학적으로 몰아갔다는 점에서 참혹하다.

KBS2 1박2일 <제1회 1박 2일 자유여행 대첩> 2탄

뜨거웠다면 이젠 시원한 것을 선사하겠다며 나선 제작진의 단순한 가학 지수는 놀랍다. 차가운 음료들을 늘어놓고 많이 마시도록 강요하는 것 역시 최악이었다. 여름 차가운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연료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과도하게 음료를 들이키는 행위는 보기 씁쓸했다.

카메라 앞에서 알아서 셀프 물고문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좋아라하는 모습이 바로 가학이다. 이런 가학적 상황에 김준현과 김준호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못한 것은 당혹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왜 그런지에 대한 인지보다는 왜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냐고 타박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경악스럽다.

일차원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냉온 가학 게임은 이번 '자유여행'을 최악으로 이끌었다. 이런 행위들이 가학적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출연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극단적인 놀이기구에 태우는 행위는 참혹했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김종민이 그런 경우다. 4년 전 짚라인을 타다 심한 욕을 쏟아냈다는 김종민을 이번에는 더 무서운 놀이기구에 태웠다.

KBS2 1박2일 <제1회 1박 2일 자유여행 대첩> 2탄

방송 중 욕을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김종민에게 그 지독한 공포를 계속해서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은 최악이다. 자신들은 느끼지 못하는 공포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식의 그들의 가혹한 폭력은 충격이기 때문이다. 고소공포증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김종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보검의 부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중 그네'를 탈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마치 고소공포증을 해소하게 하는 대단한 치료라도 되는 듯 포장하는 것은 문제다. 눈을 질끈 감고 어쩔 수 없이 탑승한 김종민이 이제 모든 고소공포증을 이겨냈고, 이 과정에서 보검 매직이 발휘되었다는 식의 포장은 놀라웠다. 아무리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심한 출연진을 그렇게 궁지로 내몰고 어쩔 수 없이 탑승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폭력일 뿐이니 말이다.

<1박2일>에서 박보검의 활약은 대단했다. 말도 안 되는 게임을 요구했지만 박보검은 웃는 얼굴로 가학적인 게임을 모두 수행했다. 뜨거운 동전을 줍기 위해 의도하지 않은 몸 개그까지 하는 박보검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대결에서도 데프콘 못지않은 맹활약을 보인 박보검은 자신이 왜 예능에 출연했는지에 대해 확고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첫 방송을 앞둔 <구르미 그린 달빛> 홍보를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단호함이 그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KBS2 1박2일 <제1회 1박 2일 자유여행 대첩> 2탄

이번 방송을 전혀 가학적이지 않다고 느낀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그 정도 놀이에 너무 극단적인 평가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폭염 속 그들이 제안한 게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은 아니다. 그 게임을 과연 웃게 만들겠다고 고민한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자극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끈다. 그런 반응에 좀 더 자극적인 뭔가를 찾게 되고 그렇게 점점 커진 욕심은 사고를 일으키게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방송에서 보인 가학적인 게임은 앞으로의 <1박2일>의 방향에 우려를 낳았다. 그저 박보검 매직으로 시청률이 5% 이상 급상승한 것에 취해 이런 가학적 게임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나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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