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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한예리의 눈빛 연기[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8.20 10:16

벨 에포크의 다섯 청춘은 올림픽에도 멈추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를 진행해갔다. 질긴 미련에서 벗어난 정예은(한승연)은 바쁜 일정을 일부러 만드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더는 과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셰어하우스 룸메이트들은 그런 예은에게 실연축하파티를 열어주는 등 배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없지 않다. 그런 예은이니 어쩔 수 없다.

다만 문제는 윤진명(한예리)이다. 너무도 안쓰럽고 슬퍼서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인데도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 윤진명. 하루라도 안 보고 빠뜨리면 윤진명이 더 불행해지기라도 할 것만 같다. <청춘시대>를 애청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갓난아기 돌보듯 윤진명의 해피엔딩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다가 정거장 주변 노점에서 핫도그라도 사서 입에 물면 온다. 그래도 왔으니 다행이려나...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그렇게 윤진명에게는 좀처럼 해피엔딩은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다. 윤진명의 최종면접을 위해 룸메이트들이 힘을 모아 도왔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면접용 정장은 마련했지만 구두를 생각하지 못했다. 윤진명의 구두는 낡았다. 뒤축이 닳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낡고 허름했다. 그런 윤진명의 구두를 강이나(류화영)가 보고 뭔가 꺼림칙했지만 차마 말을 하진 못했다.

결국 윤진명은 최종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것이 낡은 구두 때문인지, 아니면 남들보다 오래 학교를 다닌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윤진명의 낡은 구두를 바라보던 면접관의 시선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언제나 불행은 몰려다닌다. 불합격 사실을 확인하기 전 레스토랑에서는 또 다른 일이 윤진명에게서 벌어졌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윤진명에게서 부적절한 거래를 거절당한 매니저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와인창고에서 와인이 사라졌다면서 윤진명을 대놓고 도둑 취급했다. 모욕을 주기 위한 고의임은 당연하다. 결국 윤진명이 폭발했다.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는 대기업에 합격하면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윤진명에게 박혀 있던 감정의 뇌관을 터뜨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아닐지라도 매니저의 괴롭힘은 돌부처 같은 윤진명이라도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매니저에게 사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매니저는 한술 더 떠서 윤진명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했다. 박재완(윤박)이 극적으로 팔을 붙잡아 폭행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미 윤진명의 자존감은 폭행 이상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분노나 저항은커녕 거절도 겨우 해낸 소극적인 윤진명에게서 볼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한편으로는 속이 다 시원하면서도 그보다는 윤진명이 겪었을 감정을 왠지 알 것만 같아서 너무도 안쓰러웠다. 그렇게 험한 일을 겪은 윤진명에게 그나마 박재완이 곁에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박재완의 스쿠터 뒷좌석에 앉아 귀가를 하면서도 윤진명은 넋 나간 사람처럼 한마디도 없었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집앞에 도착한 윤진명은 묵묵히 헬맷을 벗어 박재완에게 건네고는 말 한 마디 없이 유령처럼 돌아섰다. 박재완은 그런 윤진명에게 달려가 와락 껴안으며 “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라고 한다. 어쩌면 가장 간절했을 박재완의 넓은 품에 안겨서도 윤진명은 무표정이었다. <모래시계>에서 김영애가 죽기 직전 지었던 표정과 너무 닮아있었다. 무표정보다는 텅 빈 표정이었다. 새삼 울 일도 아니라는 그 허무의 눈빛.

젊은 여배우에게서 볼 거라 차마 기대하지 못했던 그 깊고 깊은 허무의 눈빛을 한예리가 보였다. 폭염과 싸우며 보기에 몰입이 정말 쉽지 않았던 또 다른 의미에서의 불타는 금요일을 일순간 아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든 눈빛이었다. <모래시계> 김영애의 눈빛을 여태 잊지 못하는 것처럼 한예리의 이 눈빛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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