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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비자금 보도가 있는 곳과 없는 곳[오늘의 핫이슈] 2007년 하반기 한국 언론 판별법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11.04 03:16

지난 2일부터 지금까지 삼성 비자금 파문과 관련한 몇 가지 ‘뉴스’가 있다. 먼저 삼성의 각계 로비방안을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는 내용. 한겨레가 지난 3일자에서 삼성그룹 내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것인데 내용을 추리면 대략 이렇다.

확대되는 삼성비자금 파문…축소되는 삼성 관련 보도

   
  ▲ 한겨레 11월3일자 5면.  
 
2003년 12월12일 보광휘닉스파크. 이건희 회장은 이날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면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호텔 할인권을)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추미애 전 의원은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무렵인데 (삼성에서) 도와주려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제가 그러지 마시라고 심부름 오신 분한테 돌려드리고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18일 일본 도쿄. 이 회장은 “<한겨레> 신문이 삼성에 악감정으로 쓴 기사를 스크랩해 다른 신문과 비교해 한겨레 쪽에 보여주고 설명하라”고 말한 뒤, 이를 근거로 광고를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보도록 지시했다. 2003년 10월22일 도쿄. 이 회장은 “참여연대 같은 NGO에 대해 우리를 타깃으로 해를 입히려는 부문 말고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몇십억원 정도 지원해 보면 어떤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지시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언급된 내용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목희 의원은 2일 국회 재경위의 재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파문과 관련, 삼성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는 등 비자금 계좌 조성에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내용이 흥미롭다.

“당시 비밀계좌가 개설된 곳은 우리은행인데 본인 확인 절차 없이 비밀계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는 게 이목희 의원의 주장인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다음 대목이다.

2일자 경향 한겨레만이 비중 있게 보도 … 나머지는 일제히 침묵

   
  ▲ 경향신문 11월3일자 6면.  
 
△실명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계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지점장 선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은행장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시 우리은행장은 황영기씨다 △황영기씨는 삼성증권 사장 출신으로 삼성과의 관계가 특별하다.

이건희 회장의 로비 지시 문건은 한겨레의 ‘단독보도’다. 지난 3일자에서 다른 신문들이 보도를 ‘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추미애 전 의원의 ‘삼성 관련 발언’은 전날(2일) KBS가 <뉴스9>에서 보도한 내용이고 이목희 의원의 의혹제기는 같은 날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것이다. 토요일자(3일)에서 다른 신문들이 보도를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데 비중을 두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이들이 ‘침묵’을 선택한 이유 -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그럼 점에서 보면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는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지난 2일 저녁 메인뉴스부터 3일 메인뉴스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삼성 관련 비자금 파문 보도에 비중을 두면서 이를 쟁점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방송사의 ‘삼성 비자금’ 보도…SBS는 다소 ‘소홀’

   
  ▲ 11월3일 방송3사 메인뉴스(왼쪽부터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지난 2일 방송사들은 ‘거액제의 받았다’(KBS <뉴스9>) ‘증인까지 바꿨다’ ‘비자금 공모했다’ (MBC <뉴스데스크>) 등에서 삼성 비자금 문제를 집중 조명한 데 이어 3일자에서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KBS는 <뉴스9> ‘이 회장 지시 문건’과 ‘비자금 폭로 회견’에서 삼성 비자금 파문을 보도했고,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도 ‘로비 지침 폭로’에서, SBS <8뉴스> 또한 ‘회장이 로비 지시’를 비롯해 ‘TV칼럼-삼성 비자금 의혹 철저히 밝혀야’(조국 서울대 교수)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다만 SBS의 경우 지난 2일 ‘비리 폭로 공방전’이라는 리포트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과 삼성 쪽의 해명을 ‘공방 위주’로만 처리해 쟁점을 결과적으로 약화시킨 모양새가 됐다. SBS는 삼성 비자금 파문이 불거진 초반부터 지금까지 KBS MBC에 비해 양적인 측면과 쟁점분석 등에서 ‘소극적 보도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신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건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면에서 봤을 때 SBS의 삼성 비자금 관련 리포트가 2% 부족한 것 역시 분명하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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