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의 리우 올림픽 8강전에서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예선에서도 이겼던 네덜란드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게 든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며 세계 1위인 미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 네덜란드 팀은 예선에서와 같은 팀이 아니었다.

박정아 비난만으로 한국 배구대표팀의 문제가 해결될까?

세계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이 4강에 들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던 여자배구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리우 올림픽 전 많은 언론에서 역대 최고 실력의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기대도 컸다.

국내에서 남자 배구의 인기가 더 높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에서는 여자 배구팀이 월등하게 높다는 점에서 그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과 양효진, 여기에 국내 최고수로 꼽히는 박정아와 김희진이 합류한 대표팀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예선에서 박정아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첫 올림픽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것도 사실이다. 187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공격은 제2의 김연경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고등학생 시절 대표로 처음 발탁되며 큰 기대를 모았던 박정아는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주축이 되어 연속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박정아가 상대 블로킹을 앞에 두고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결과적으로 8강전에서 박정아는 기대만큼의 경기력를 보여주지 못했다. 강력한 네덜란드의 공격에 리시브 불안이 겹치며 자신감마저 무너진 박정아는 패배의 원흉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0점이 넘는 실점을 했다는 기록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큰 키의 네덜란드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키가 큰 선수가 필요하다. 예선에서 박정아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좋은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선수라는 점에서 그녀가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커진 것도 사실이다.

박정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리시브 불안이었다. 고교시절부터 거론되었던 리시브 불안은 중요한 순간 더욱 부각되었고, 그렇게 구멍 아닌 구멍이 되어버린 박정아는 끝내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낸 선수는 김연경 외에는 없었다.

후위 공격만이 아니라 리시브나 블로킹에도 적극적이었던 김연경을 제외하면 한국 대표팀은 완벽하게 네덜란드에게 밀렸다. 엄청난 높이에서 시작되는 네덜란드의 공격은 예선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과거 예선 경기에서는 쉽게 막을 수 있었던 네덜란드의 공격이 이번에는 달랐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선수들이 상대 공격을 리시브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보다 높아졌고 경기를 보는 시각 역시 넓어졌다. 블로킹을 뚫고 측면을 공략하는 네덜란드의 공격은 한국 대표팀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선전에서 대결했던 네덜란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 세트부터 한국 대표팀은 네덜란드 공격을 막지 못했다. 그 부진은 계속 이어졌고 누구랄 것도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기대가 컸던 박정아가 리시브 불안이 도드라져 보였고, 이로 인해 초반에는 제법 터지던 공격도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박정아 하나를 집중 공격한다고 한국 배구가 달라질까?

네덜란드 경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박정아를 비난하는 것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범죄다. 의도적으로 지기 위해 했던 행동도 아니고 최선을 다했지만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치고는 현재의 비난은 너무 과하다.

여자 배구를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한 남자 배구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자 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배구협회의 한심한 작태로 인해 여자배구는 세계적인 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점 역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갖췄음에도 배구협회는 출전비와 개최비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여자배구에 대한 협회의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남자 배구에 대한 지원은 다르지만 말이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김연경이 경기 도중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자배구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 현장에는 지금 지독하게 비난받고 있는 박정아가 있었다. 박정아가 없었다면 과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을까라고 되묻는 이들도 많다. 비록 중요한 올림픽 본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

여자 배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서 좋은 결과를 요구하는 현실은 부당하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여기에 8강까지 올라간 여자 배구팀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계 1위 미국과도 대등한 모습을 보인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1세트를 따내기도 했던 여자 배구팀은 잘했다.

박정아를 비난하기 전에 배구 협회가 과연 정상적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야구를 제외하고는 TV 중계 보기도 쉽지 않은 여자 배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저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의 결과만을 가지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찬양하는 것이 정상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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