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전 대회 우승팀인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올라섰다.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C조에서 독일과 멕시코를 밀어내고 조 1위가 된 한국 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밀어내고 조 2위로 8강에 오른 온두라스와 4강행을 다투게 되었다.

불안했던 수비 다잡은 장현수, 후반 극적인 상황 결승골 넣은 권창훈

두 경기를 1승 1무로 마친 한국이지만 수비는 불안했다. 독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불안한 수비는 그렇게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최약체인 피지를 8-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그 경기에서도 수비는 불안했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공격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되었지만 수비 조직력과 개인의 능력은 불안을 내포했다. 골키퍼도 수비 라인도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멕시코와의 대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멕시코는 한국을 무조건 이겨야만 했고,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확정이다. 이 우월한 상황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비기기 전략은 결국 패배를 부르는 이유가 되고는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예상했듯 멕시코는 경기 시작과 함께 공격적으로 나섰고, 이를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는 힘겹게 이어졌다.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권창훈이 8강으로 향하는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연합뉴스)

파상 공세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전반 중반을 넘어서며 경기의 주도권은 멕시코의 몫이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한 멕시코는 적극적으로 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골은 그렇게 쉽게 터지지 않았다. 전반을 우월한 공격력으로 몰아붙인 멕시코는 후반 시작과 함께 기회를 잡았다.

멕시코는 후반 5분 로사노를 투입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고, 전반에도 큰 활약을 했던 구티에레스의 왼발 슛이 후반 16분 좌측 골대를 맞고 흘러나오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만약 그 슈팅이 골이 되었다면 경기는 멕시코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멕시코가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골대를 맞고 골라인으로 들어설 수도 있었던 공은 멕시코의 바람과 달리 골대를 벗어나며 실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서는 다행이었고, 멕시코 대표팀으로서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벗어난 후 한국 대표팀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멕시코를 무너트렸다.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권창훈이 10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 후반전 때 첫 골을 넣고 있다. (브라질리아=연합뉴스)

후반 24분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찬 구티에레스의 볼이 골대를 살짝 넘기는 위기까지 넘긴 한국 대표팀은 류승우를 석현준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그리고 후반 32분 손흥민의 코너킥이 석현준의 머리를 맞고 뒤로 흘렀고, 공격 후미에 있던 권창훈이 잡았다.

멕시코 선수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서너 명의 선수들을 제치고 좌측으로 돌파를 하던 권창훈은 공간을 만들어준 황희찬의 도움을 받으며 완벽하게 슛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39분에도 한국 대표팀은 좌측에서 황희찬이 기회를 만들어 중앙에 홀로 있던 권창훈에게 공을 내줘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완벽한 상황에서 권창훈의 슛이 살짝 휘면서 골대를 벗어나는 장면은 아쉬웠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추가시간에 골을 내준 만큼 1-0과 2-0은 큰 차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1-0 상황을 잘 막으며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조 1위로 8강에 올라서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8강행이 결정된 뒤 얼싸 안고 기뻐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연합뉴스)

오는 14일 온두라스와 8강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에 이어 연이어 메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불안했던 수비 조직력은 유일하게 병역 혜택을 받은 와일드카드 장현수가 다잡았다. 소속팀인 중국의 광저우 R&F가 시즌 중이라는 이유로 장현수의 올림픽 차출을 반대했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원해 브라질로 향했다. 그렇게 장현수는 가장 중요했던 멕시코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수비 조직을 다잡고 한국 올림픽 축구 역사상 최초로 조 1위로 8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기대를 많이 했던 손흥민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후반 교체로 들어선 석현준은 경기 중 멕시코 선수에 의해 다시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밟히는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큰 부상이 아니라 곧 경기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부상을 안고 있는 석현준이나 한국 대표팀에게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남미의 맹주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밀어내고 조 2위로 한국 대표팀과 맞서게 될 온두라스.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라는 것은 당연하다. 와일드카드로 참여한 손흥민과 석현준, 그리고 장현수가 제대로 역할을 해준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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