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시청률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좋은 드라마와 배우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은데 왜 사람들은 외면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여자들을 위한 드라마지만, 여자가 원하지 않는 드라마 <청춘시대>는 분명 비운의 명작임에 틀림없다.

대부분 낯설지만 하나하나 맡은 캐릭터를 마치 자신의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다섯 배우들의 연기도 즐거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오디션 출신으로 가수보다는 연기자로 더 큰 인상을 남기고 있는 박혜수나 걸그룹 카라 출신의 한승연 역시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연기자로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물론 티아라에 몸 담았던 류화영도 상당히 센 역할을 능숙하게 표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물론 각자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이처럼 비연기자 출신의 세 배우가 모처럼 연기에 호평을 받게 된 배경에는 한예리와 박은빈의 보이지 않은 조력이 컸다. 흥미로운 것은 둘의 역할과 색깔이 완전히 극과 극이라는 사실인데 두 사람이 양 극단에 서서 아직은 연기가 자유롭지 못한 다른 셋의 호흡을 이끌어주는 역할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여자 신동엽이라는 별명을 가진 송지원 역할의 박은빈에게 눈길이 많이 간다. 작고 여린 몸매의 송지원은 별명처럼(?) 입만 열면 음담패설이다. 그렇지만 모태솔로인 것이 함정이다. 그러니까 연애에 대해서 모르는 것 없이 다 알지만, 그것이 경험이 아니라 책으로 배운 것의 한계에 몸부림치는 역할이다.

그렇지만 송지원의 말은 가장 명확하다. 어리거나 혹은 여자라서 꺼려지는 다른 룸메이트들의 속내를 송지원은 거침없이 집어낸다. 정작 당사자들로서는 당황스러워 결코 좋은 말을 듣지는 못하지만 사실은 작가를 대신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해주는 역할이다. 당연히 송지원은 대단히 유쾌한 성격이다. 인간비글이 따로 없을 정도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그런데 그런 송지원의 모습은 사실 박은빈의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좀 있다. 가녀린 몸매와 여린 얼굴선을 가진 배우 박은빈은 이런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박혜수와 류화영이 주목받는 동안 박은빈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는 편이었다. 아마도 송지원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쎈 이미지이기 때문에 작가가 일부러 완급조절을 해온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마침내 벨 에포크 세어하우스에서 열린 제1회 수컷의 밤에서 억눌려 왔던 송지원의 진면목이 거침없이 모두 드러났다. 송지원 외에 다른 이들은 적어도 그 밤에는 그저 방청객 수준이었다. 폭주하는 송지원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양손에 캔맥주를 들고 입으로 들이붓는 장면은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이처럼 파격적이다 못해 과격할 정도의 장면을 거리낌 없이, 연기가 아닌 생활처럼 표현할 여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 박은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또 오해영>에서의 서현진이 떠올랐다. 언젠가 박은빈에게 오해영 같은 역할이 맡겨진다면 정말 소름끼치게 소화를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이 들게 했다. 어쩌면 서현진의 오해영보다 더 치명적인 괴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의 연기는 너무도 만족스럽기만 하다.

6회 마지막에 수컷의 밤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서 원더우면 코스프레를 하는 부분까지도 어쩜 그렇게 너스레가 좋은지 놀라울 뿐이었다. 그래서 박혜수도 흡족하고 류화영의 연기가 칭찬받아야 하지만, 특히 박은빈의 발견이 더욱 즐겁다. <청춘시대>가 비록 비운의 명작으로 가고 있지만 새로운 배우들의 발견이라는 성과를 확실히 남기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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