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좀 이상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만세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올해의 히트상품인 <프로듀서 101>에서였다. 덕분에 소녀시대가 활동하던 때에도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다시 만난 세계>를 한 방송에서 두 번씩이나 듣는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소녀시대 덕질(팬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 방송을 봤다면 아련해지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주 엉뚱한 곳에서 대단히 절실하게 다만세가 불린 일도 있었다. 얼마 전 이화여대 내 문제로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한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대 학생들은 운동가요가 아닌 바로 소녀시대의 다만세를 불렀다. 이대 학생들이 극도의 투쟁력과 단결이 필요한 때에 왜 다만세를 불렀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그 공감이 갔다.

걸그룹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고 8월 5일 자정을 넘기며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잠깐이었지만 다만세가 급상승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내 떨어지기는 했어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유는 소녀시대가 8월 4일 자정에 발표한 <그 여름(0805)> 때문일 것이다. 소녀시대는 데뷔 9주년을 맞아 팬(소원)을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음원과 함께 뮤직비디오도 함께 발표를 했는데, 보통의 활동곡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녀시대 팬이라면 뭉클해질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시작부분에서 배경으로 날아가는 경비행기가 보인다. 소녀시대 데뷔곡 다만세의 뮤직비디오를 상징하는 부분이다. 그런 식으로 키싱 유 베이비의 막대사탕 등등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단서들이 이어진다.

소녀시대, 그 여름(0805) 뮤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쩌면 소녀시대답지 않은 소박한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팬이라면 뭉클하고 설레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노래 가사 속에 담겨진 <다시 만난 세계>라는 것이 특히 아련하게 만든다. 세상이 다 아는 소녀시대 최대의 히트곡은 <Gee>가 되겠지만 소녀시대 팬에게 최고의 노래, 궁극의 노래는 바로 <다시 만난 세계>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8월로부터 9년, 소녀시대는 신드롬을 넘어 한때 문화현상으로도 대중문화계를 지배했다. 그렇게 화려했던 만큼 상처도 없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5년 위기설 정도는 가뿐하게 극복했지만 결국 멤버 제시카가 이탈하면서 완전체는 깨지고 말았다. 상처 없는 세월이 없듯이 소녀시대도 커다란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는 깊은 곳에 숨긴 채 9주년을 맞았고, 팬들을 향해서 그 고마움을 노래에 담긴 편지로 전하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가 과연 언제까지 그룹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곡을 발표할 때마다 방송사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휩쓸어가는 것을 보면 그 저력이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최근만 해도 트와이스,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 파릇파릇한 걸그룹들이 가요계를 장악해가는 속에서도 예전 같지는 않더라도 팬덤이 유지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마도 그 저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다만세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잘 알기에 소녀시대도 9주년 기념 음원 <그 여름<0805)>에 <다시 만난 세계>를 언급했을 것이다. 소녀시대 9주년을 맞아 가물한 기억까지 다 짜내서 생각해봐도 다만세보다 모두 더 히트한 곡들이지만 다만세만큼 진심으로 좋았던 노래는 없었던 것 같다. 요즘 활동하는 여자친구에 왠지 끌리는 것도 바로 그 다만세의 향수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시는 소녀시대의 그 뜨겁고 동시에 차가운 다만세를 볼 수 없겠지만, 그 기억이 있는 한 소녀시대는 쭉 그 시절의 소녀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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