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에 대해 남녀의 인식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남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여성 78.2%가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했다. 반면, 남성은 48%에 그쳤다. 혐오범죄와 관련해 법적으로 처벌해야한다는 응답도 77.1%나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은 27일 <Media Issue> 2권 7호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6%가 “여성혐오는 실제로 존재하며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성차별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우 동의’가 22.1%였으며 ‘약간 동의’는 52.5%였다. 또한 “여성에 대한 반감이 여성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응답은 78.0%(매우 27.2%, 약간 50.8%)였다. “학교에서 ‘젠더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도 71.6%(매우 26.9%, 약간 44.7%)로 집계됐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 대상자들 중 74.1%는 “한국사회에서 여성혐오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다”(매우 18.7%, 약간 55.4%)고 응답했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25.9%에 그쳤다.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 높았지만 정치성향에 따른 차별 인식은 낮아

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사회 각종 ‘혐오’에 대한 인식차가 드러났다. ‘차별적 표현의 대상에 따른 혐오표현 인식 정도’ 조사에서 ‘인종과 민족’에 대한 혐오표현은 “그렇다”는 응답이 71.4%로, “아니다”라는 응답 20.7%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도 인종 등에 대한 차별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동성애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64.7%가 문제라고 인식했다. 그 뒤로 ‘출신지역’ 61.5%, ‘성별’ 60.3%, ‘종교’ 52.8%로 집계됐다. 반면, ‘정치/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와 “아니다”가 42.6%로 동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언론진흥재단은 이와 관련해 “정치나 이념 성향에 따른 차별적 표현이 비록 사회문제가 되고 있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이를 혐오표현의 범주에까지 포함시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생활 공간에서 혐오로 꼽히는 표현들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성별혐오가 45.5%로 가장 높았다. ‘출신지역’ 41.9%, ‘인종/민족’ 37.3%, ‘성적기호’ 37.0%, ‘정치/이념성향’ 36.0%, ‘종교’ 30.8%가 뒤를 이었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차별적 표현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7.1%가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인종/민족’에 대한 규제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성별’ 50.4%, ‘출신지역’ 45.5%, ‘성적기호’ 43.6%, ‘종교’ 31.9%, ‘정치/이념 성향’ 28.2%로 규제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혐오에 대한 남녀 인식차 뚜렷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여성혐오’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컸던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78.2%(매우 35.3%, 약간 42.9%)가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남성은 48.1%(매우 10.4%, 약간 37.7%)에 그쳤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서울대 등에서 발생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대화가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는 비율도 차이가 났다. 여성은 93.9%(매우 56.5%, 약간 37.4%)가 “심각한 범죄”라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69.9%(매우 25.2%, 약간 44.7%)로 응답했다.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 속칭 ‘OO녀’라고 칭하는 것 역시 여성의 82.7%(매우 41.7%, 약간 41.0%)가 “여성혐오 표현”이라고 판단했지만, 남성은 58.6%(매우 15.4%, 약간 43.2%)에 그쳤다.

이 같은 ‘여성혐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 28.6%가 “대중매체에서 여성혐오 부추길만한 내용 내보내면 징계조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 실시” 22.3%, “인터넷상의 여성혐오적 내용 게시글/댓글에 대한 법적 처벌” 20.6%, “인터넷상의 여성혐오적 내용 게시글/댓글을 서비스 사업자가 삭제” 15.3%, “대중매체에서 여성혐오 부추길만한 내용을 자율적으로 제한” 31.2%로 집계됐다.

한편, 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는 (주)마켓링크이 성인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실시했다. 응답률은 8.5%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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