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지며 기아 타선도 침묵을 지켰다. 후반기 중요한 경기였던 롯데와 NC를 상대로 2승 4패를 한 기아로서는 홈에서 열리는 kt와의 경기에서 전승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선이 다시 살아나야 했다. 더는 김주찬이 없어 타선이 터지지 않는단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헥터 호투에 나지완의 3점과 필의 만루 홈런, 기아 대승을 이끌다

선발 투수가 완벽하게 마운드를 지배하고, 타자들이 홈런으로 대량 득점을 만들어내면 그 경기는 이길 수밖에 없다. 기아는 kt를 상대로 모두가 원하는 그런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기 첫 주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커져버렸던 기아의 6연전은 팀의 타격을 이끌던 김주찬의 부상까지 더해지며 최악이었다.

헥터와 밴와트의 선발 대결은 초반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수비 역시 안정적으로 이어졌고 두 투수들의 컨디션도 좋았기 때문에 의외로 어려운 경기를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아는 4회 기회를 잡았다. 3회까지 안타 하나만 내주며 호투하던 밴와트는 4회 시작과 함께 노수광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까지 안타를 치며 무사에 두 명의 주자를 둔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틀어버린 것은 바로 나지완이었다. 가운데에서 아래도 떨어지는 초구를 놓치지 않고 완벽한 스윙으로 개인 20호 홈런이자 0-0 균형을 깨는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후속 타자들이 삼자범퇴로 마무리가 되기는 했지만 나지완의 한 방은 경기를 완전히 기아 쪽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4회 홈런을 맞으며 흔들린 밴 와트는 5회에는 더 흔들렸다. 1사를 잡은 후 강한울과 신종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4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던 노수광에게 다시 안타를 내주며 1사 만루에서 필을 만나야 했다. 필은 만루 상황에 마운드를 내려간 밴 와트를 대신해 올라온 이창재의 초구를 놓치지 않고 만루 홈런으로 만들며 경기는 끝났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놓치지 않은 필은 시즌 두 번째 만루 홈런을 만들며 경기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창재는 만루 상황에서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기 위해 가운데에 넣었고, 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4회와 5회 터진 홈런 두 방으로 팽팽했던 경기는 기아의 7-0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헥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헥터는 6이닝 동안 101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최영필, 김윤동, 한기주로 이어진 불펜 역시 안정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기아는 13-0이라는 대승을 이끌 수 있었다. 헥터는 심판 앞에서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완벽하게 기아의 무대였다.

기아에게 완벽하게 막혀버린 kt는 황당한 플레이도 만들어냈다. 7회 대타로 나선 김영환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주루 포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영필의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고 삼진을 당했지만 포수인 백용환이 공을 뒤로 빠트리며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영환은 1루까지 진루해 베이스까지 밟았지만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냥 1루에 있으면 되는데 갑자기 김영환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문제는 1루 코치도 다른 kt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도 그를 말리거나 문제 삼지 않았단 점이다. 이 상황에서 필이 급하게 최영필에게 공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뒤였다.

KIA 타이거즈 필 (연합뉴스 자료사진)

1루 주자가 완벽하게 다음 루를 향할 의지를 포기했을 때는 '주루 포기'가 선언되고 아웃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웃지 못한 촌극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kt는 반격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사이기는 하지만 주자 두 명을 두고 득점에 성공했다면 반격을 위한 시작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한 황당한 플레이는 kt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주루 포기'는 그렇게 기아에게 완승을 안겨주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기아는 이번 경기에서 노수광의 탁월한 타격감과 나지완과 필이 꼭 필요한 시점 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지배했다.

기아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헥터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일요일 경기도 기대하게 했다. 김주찬이 없는 사이 타격감이 급격하게 무너졌던 기아는 나지완과 필의 홈런과 타선의 폭발이 이어지며 김주찬 공백을 채워내기 시작했다. kt를 홈에서 잡고 SK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면 다시 한 번 5위권 싸움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FA를 앞두고 완벽하게 변신해 돌아온 나지완은 시즌 20호 홈런을 쳐냈다. 꾸준하게 활약을 해주는 필은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오늘도 해주었다. 다른 외국인 타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을 위한 플레이를 굴곡 없이 꾸준하게 해주고 있는 필은 기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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