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상파, 비지상파에는 음악예능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복면가왕>이 있고, 올해 새로 등장한 음악예능들 모두가 소위 가창력 대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등은 기성 가수와 아마추어를 하나로 묶어 나름 신선한 시도를 보였다.

기존 시즌제 프로그램까지 방송이 재개되는 등 근래 음악예능은 좀 과하다고 할 정도로 많아졌다. 거기에 걸그룹 메인보컬들의 경연인 <걸스피릿>이 더해졌다. 많은 음악예능에 또 하나를 더하는 식상한 시도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걸그룹을 대상으로 한 예능으로 이만한 포맷은 더 없을 거라고 볼 수도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걸스피릿>

얼마 전 가학논란을 일으켰던 <잘 먹는 소녀들>이나 지난 설에 파일럿으로 제작되었던 <아이돌 본분올림픽>에 비하면 <걸스피릿>은 무척이나 건전하고 또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돌 그룹에게 외적인 면이 아니라 가수라는 본연에 충실하게 했다는 사실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밖에도 웬만해서는 주목받기 힘든 보컬들에게 주목받을 기회를 주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착한 요소다. 그리 길지 않은 아이돌 역사 속에서 대중문화의 핵심으로 작용하면서도 ‘가수지만 가수가 아니다’라는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돌 그룹의 해체 이후 빼어난 솔로가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또한 <걸스피릿>이 이미 뜬 걸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성공하지 못한, 비교적 신인 걸그룹을 상대로 한다는 점도 예능치고는 상당히 정직하다고 평가를 해주고 싶다. 2012년에 데뷔한 스피카를 비롯해서 불과 한 달 전에 데뷔한 플레디스 걸즈까지, 특별히 걸그룹에 조애(?)가 깊지 않다면 알 수 없는 그룹들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걸스피릿>

결국 무명 걸그룹과 그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주목받기 어려운 포지션인 보컬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겠다는 것은 취지만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뒤따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를 방영하듯이 <걸스피릿>은 화제성은 매우 높았지만 그에 걸맞은 시청률을 끌어오지 못했다.

그러나 <걸스피릿>에 대한 평가는 이번 주부터가 진짜라고 할 수 있다. 두 시간이 넘는 파격적이면서도 다소 지루했던 편성의 사전공연을 마치고, 두 조로 나쥐어 각각 다섯 번씩의 경연을 시작하는 이번 주부터가 진정한 걸그룹 보컬대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화제성도, 시청률도 이제부터는 곧바로 이 예능의 미래를 그려줄 실질적인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경연을 시작한 A조는 공교롭게 B조에 비해 데뷔가 늦은 동생라인으로 구성되었다. 사전 경연에서 전체 1위를 한 오마이걸 승희를 비롯해 러블리즈 케이, 우주소녀 다원, 소나무 민재, CLC 승희, 플레디스 걸즈 성연까지 6명이 무대에 섰다. 그 중에는 컴백이 겹친 소나무의 민재가 가장 불리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놀랍게도 소나무 민재가 오마이걸 승희와 러블리즈 케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첫 번째 조별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걸스피릿>

놀라운 것은 소나무 민재는 지난주 사전경연에서 전체 10위에 머문 성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곧 애초에 사전경연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앞으로 남은 네 번의 경연에서 이 순위는 계속해서 요동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B조가 더욱 심할 것이다. 이 점은 분명 흥미롭다.

<걸스피릿>은 미생용 <프로듀서101>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를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요계에 남을지에 대한 보장이 없는 걸그룹들이기에 그렇다. 그들이 이 <걸스피릿>을 통해서 다만 한 명, 두 명이라도 완생의 길을 찾게 될지 참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른 플레디스 걸즈 성연이 “드디어 우리가 뭐라도 하는구나”라는 밝힌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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