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많은 이들을 분노에 치떨게 했던 샤샤샤는 허무하게도 <인생게임 상속자>에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초기부터 우승각을 잡고 나섰던 비정규직 대표 제갈길 역시 분발했지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다소 허무하게도 우승자는 별로 한 것도 없는 강남베이글이었다. 아마도 파일럿이기에 가능한 패배이며 승리이지 않을까 싶다.

샤샤샤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샤샤샤의 꼼수는 불쾌하면서도 왠지 이해해주고 싶은 동정심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비호감의 상처에도 대세를 결정짓지 못하고 패배한 것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인생게임-상속자>

그런데 왜 우승자는 샤샤샤가 아니라 강남베이글이었을까? 최종 우승후보 3인은 비정규직 1인과 정규직 이상 2인의 구성이었다. 그 중 비정규직 제갈길은 비록 3위를 했지만 2위 1위를 위협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니 3위인 것이지 우승후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제갈길이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인생게임 내에서 뭔가를 덜하거나 혹은 못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아니 애초에 이번 우승은 뭔가를 가장 하지 않은 사람에게 돌아갔으니 무엇을 어떻게 했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만 첫 선택이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역전이 될 수 있는 게임 메카니즘이 존재하냐의 문제는 남는다고 할 것이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인생게임-상속자>

물론 미션을 통해서 일확천금을 얻는 등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철저히 운에 맡겨야 하기에 이를 충분한 역전의 기회라고는 할 수 없다. 출발선이 다른 게임에서 역전의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이 아니라 게임 몰입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실제로 가장 치열해야 할 마지막 밤 참가자들이 싱겁게 포기하는 현상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참가자들은 기상천외한 경우의 수들을 만들고 준비해올 것이다. 본래 게임은 제작자가 유저의 창의성을 뛰어넘지 못하며, 제작자가 놓친 게임의 허점을 발견하는 사람도 분명 나오기 마련이다. 아마도 현재의 시스템 그대로라도 게임두뇌가 뛰어난 누군가는 흙수저를 잡고도 우승할지도 모를 일이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인생게임-상속자>

그러나 그런 탁월한 천재적 참가자를 막연히 기다린다는 것은 게임 제작자로서 합당한 자세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선택의 불운 단지 불운했던 것을 뒤집을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를 좀 더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만이, 이 게임을 지켜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고 긴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싱겁게 우승자가 추려지는 것은 상금이 무려 천만 원이나 걸린 게임치고는 너무 허무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게임은 매력적이다. 적어도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3박4일에 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없다. 다만 이런 식이라면 시청자에게 매력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인생게임-상속자>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가 만족하려면 게임의 방식과 규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치밀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김상중의 역할의 게임의 엔피시 역할로 담백하게 규칙이나 미션을 설명하는 것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악마적인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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