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단절된 시대.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다룰 다음 주제는 무엇일까? 바로 거짓이었다. 그리고 그 현상으로는 지독한 고독이 남게 된다. 그 고독의 형태는 두 여자에게서 다르게 그려졌다. 시쳇말로 웃픈 현실이었는데, 그저 웃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서 깜짝 놀랐다.

2화의 화자는 연애호구 정예은(한승연)이었다. 여대생 다섯 명이 사는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서 유일(?)하게 남자친구가 있는 정예은만 왠지 불행하게 보인다는 것이 함정. 약속시간이 다 돼서야 일어났다는 남자친구의 문자에 짜증 한 번 내지 못한다. 은재나 셰어하우스 동료들을 대하는, 얄밉도록 계산적이고 직설도 서슴지 않는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진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그런 예은의 호구짓의 결정판은 남친과의 1주년 선물 사건이었다. 그날조차 남자친구는 늦었다. 그래도 예은은 인상을 구기지 않고 남자친구를 기다려 준다. 그뿐 아니다. 가격이 꽤 나가는 고급스런 선물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선물을 집에 두고 왔다면서 막상 집에 가서는 샘플로 받은 향수 앰풀을 성의 없이 건넨다.

속상하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예은은 꾹 참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동갑내기 지원(박은빈)의 무한 부러움이 계기가 됐다. 이미 일주년을 알고 있는 지원은 빈손으로 돌아온 예은에게 이유를 캐묻는다. 지기 싫어하는 예은은 얼떨결에 주말에 1박2일 여행을 간다고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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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다가온 주말, 동거인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케리어까지 들고 집을 나선 예은이지만 갈 곳은 없다. 무엇보다 시간 때울 일이 걱정이다. 결국 예은은 혼자서 극장을 간다. 옆자리의 케리어를 남친 삼아 헤벌쭉 웃는 예은의 모습은 웃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자가 보기에도 화가 날 지경이었다. 결국 집을 나두고 예은은 찜질방에서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고야 말았다.

우선은 늘 지기만 하는 여자친구를 함부로 대한 남자친구가 나쁜 놈이겠지만, 동거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예은의 거짓말 때문이니 남 탓할 일도 못 된다. 거기서 끝났다면 그냥 헛똑똑이 어떤 여대생의 기구한 연애사로 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셰어하우스의 문제적 존재 강이나(류화영)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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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에 반해 결국은 집착으로 변한 한 남자. 며칠 째 집 앞에서 기다리며 고백을 해봐도 강이나에게 번번이 거절당했던 이 남자의 입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이 나왔다. 이날도 집앞에서 실랑이를 하던 강이나를 도우러 출동한 동거인들 앞에서 남자는 강이나의 뒤통수를 향해서 “지금 이나 씨가 하고 있는 것은 매춘입니다”라고 외쳤다.

어쩌면 그것은 사실이다. 이나는 몇 명의 유부남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다. 예은이 ‘사랑밖에 난 몰라’라면 이나는 사랑 따위 관계없다는 투다. 또한 그 남자들로 인해 이나는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아닌 척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가 사는 집 앞에서 누군가에게 폭로되어도 좋을 사생활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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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둘이 있는 공간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을 동거인들과 동네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떠벌린 이 남자의 진심은 아마도 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의 사랑일 뿐 이미 그 남자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폭력에 불과했다. 이 남자에게는 거꾸로 거짓말이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결국 예은의 남자친구가 해온 행동들도 역시 폭력이었다.

여자들이 이 에피소드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지만 풋풋한 여대생들의 셰어하우스를 훔쳐보는 단순한 호기심의 남자 시청자에게는 뜨끔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청춘시대>는 의외로 강력한 펀치를 내밀고 있다. 왠지 문제적 드라마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단은 예단 없이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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