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에 성난 성주 군민들이 서울로 올라와 항의의 뜻을 밝혔다. 언론매체들에 의하면, 이날 성주 군민들은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정책결정의 성급함을 지적하며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자파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안전하다”는 말만 있을 뿐,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방송뉴스는 이날 집회와 관련해 ‘외부세력 개입 차단 파란리본’, ‘평화집회’에만 주목했다.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주목하지 않았다.

KBS <뉴스9>는 21일 <파란 리본 달고 ‘사드 반대’ 평화 집회> 리포트(▷링크)를 배치했다. 그리고 황상무 앵커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경북 성주 주민 2천여 명이 상경해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군민들은 외부세력 개입을 막겠다며 파란리본을 달고 비교적 차분하게 집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이 그대로 작동됐다.

7월 21일 KBS '뉴스9' 리포트

지상파 뉴스, 사드반대 상경투쟁 두고 ‘파란리본’, ‘평화집회’에만 몰두

KBS는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와 군민들은 머리엔 파란색 띠, 왼쪽 가슴엔 나비 모양의 파란 리본을 달았다”며 “이 표시가 없는 집회 참가자는 집회 현장에서 내보내 외부 세력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성주 군민 2백여 명이 자체적으로 질서유지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천6백 명의 경비 인력을 동원했지만, 집회는 충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집회가 끝난 뒤 사드배치철회투쟁위 측은 청와대와 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를 통해 전달된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의 결정을 우리 군민들은 용납을 못 한다”(김항곤 성주군수), “외부의 선동이나 사주에 의해서 일당 받고 소리 지르는 알바생이 아니다”(김안수 사드배치철회투쟁위 공동위원장) 뿐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불안감이 무엇인지 이와 관련해 정부가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 사항이 아니었다.

7월 21일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 리포트

MBC <뉴스데스크> 또한 <파란 리본 달고 사드 배치 반대시위> 리포트(▷링크)를 배치했다. 해당 리포트에서 이상현 앵커는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 군민들은 상경집회를 열었다”며 “이번엔 참가자 모두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집회는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MBC는 “성주 군민들은 사전에 평화집회를 선언했다”며 “외부세력을 막기 위해 거주지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걸고, 가슴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달았다. 해병전우회를 비롯한 질서유지단 250명이 폴리스라인과 성주군민 사이에 자리를 잡고 군민과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성주군민들은 성주참외를 집회현장에 가져오지 않았고 학생들을 집회에 동참시키지도 않았다”면서 “같은 시각 집회현장 근처에서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집회 참가자들과의 마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KBS와 유사한 구성이다.

SBS <8뉴스>는 <‘파란 리본’ 상경 집회..외부개입 차단>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링크)를 배치했다. 뉴스 어깨걸이 제목에서부터 ‘외부세력’을 등장시켰다. SBS는 “성주군민들은 250명의 질서유지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직접 만든 파란 리본과 이름표를 달아 성주군민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란리본’은 외부세력의 개입을 차단한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정영길 사드배치 반대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파란색 리본이나 파란색 나비는 우리 성주군만 뜻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전체적인 평화 또 군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색상을 군민들 스스로가 색상을 택한 것이다. 그걸 (외부세력 차단을 위한)비표로 사용하고 이런 부분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의 집회에서 중요한 건 ‘외부세력 차단’인가. 설령, 파란 리본이 집회에서 외부세력과의 구분을 위한 비표로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중심으로 리포트를 구성해야했을까. 안타까운 건, 성주 군민들을 그렇게 만든 게 박근혜 정부와 언론이라는 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 발목이 잡힌 것을 일부 언론에서는 ‘감금’이라는 규정했다. 쏟아진 물병과 계란 등의 세례 또한 ‘폭력’이라는 프레임이 작용됐다. ‘성주군민’에 그 책임을 물으면서 나온 게 ‘외부세력’이었다.

세월호, 밀양, 한진중공업, 쌍용차, 강정 투쟁…처음은 평화였다

7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와 관련한 발언. KBS 리포트 중.

‘외부세력’과 ‘평화집회’라는 프레임.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잊고 있는 게 있다. 세월호 참사에 처음부터 전문시위꾼과 폭력이라는 건 없었다는 사실이다. 참사 당시 유가족들의 가장 큰 바람은 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거였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작은 소망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순수유가족’ 운운하며 그들을 배척하고 KBS 등 공영방송에 뉴스를 “빼라”는 등 언론통제에만 몰두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유가족들이 팽목항에서 KBS로 청운동으로 광화문으로 상경해야했던 이유는 그것이었다. 단식을 하고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그에 따른 강제진압이 시작되면서 폭력시위꾼으로 몰렸다. 비단, 세월호 뿐만이 아니다. 밀양, 한진중공업, 쌍용차, 강정마을 등이 그러했다.

박근혜 정부와 공영방송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점은 그것이다. 21일 언론노조가 주최한 <성주군민, 언론에 묻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동 농민회장은 “성주군민들 중 과거에 외면했던 세월호 천막에 가보고 내려가겠다 하는 분들이 있다”며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철회투쟁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다. 사회현상에 눈뜨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화집회라, 과연 폭력집회는 누가 조장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귀를 막고 있는 정부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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