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언론연대, 언론노조가 주최하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주관한 '지상파 디지털전환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2012년을 목표로 하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전제로 한다. 아날로그방송의 종료는 시청자가 텔레비전을 교체해야하는 상황과 직결된 것으로 시청자의 동의와 더 나아가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10월 마지날 디지털 전환 정책의 문제점을 따져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연대, 언론노조의 주최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주관했다.이날 토론회에서 내려진 진단은 말만 무성했지 정작 진행된 실행 계획은 없었다로 모아졌다. 결국 아날로그방송 종료라는 사회적 합의는 요원한 과제라는 얘기다.

▷관건은 시청자와의 소통=정부는 디지털전환의 장점으로 수백조원의 산업유발 효과를 내세워왔다. 그러나 시청자가 얻는 이익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이는 고화질, 대형TV로 대표되는 디지털전환 정책의 한계점으로 풀이되며 기본적인 시청자와의 소통 문제로 이어진다. 아날로그방송 종료에 대한 인지도가 26%에 머물러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은 “일정 시점을 정해 따라오라는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설득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며 “디지털방송을 보기 위해 국민은 약 37조원을 지출해야 함을 정책 당국자들은 주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보를 비롯한 디지털전환 정책의 기초가 되는 것은 지난 2000년 마련된 디지털전환 종합계획이다. 문제는 미비할뿐더러 집행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수신기 보급률 조사는 물론 전환 과정에 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 연구조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상현 교수와 발제자인 문효선 집행위원장, 최선욱 기획팀장
문 집행위원장은 “시청자가 디지털 전환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없었다”면서 “지난 6년간 수 년가 보급률과 관련해 제대로 된 보급률 조사는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선욱 방송협회 정책특별위원회 기획실장은 “영국은 디지털 전환에 관한 사회적 이익을 조사, 디지털전환이 지연될수록 사회적 이익은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연구를 수행한바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활성화특별법은 시작일 뿐=국회에 상정됐으나 올해 정기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디지털전환활성화특별은 과연 시청자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합한가? 이에 답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특별법이 지상파방송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마냥 의제화되고 있다”면서 “이 법안이 시청자 중심의 디지털 전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특별법안의 이름자체가 기만적”이라며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방송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정부가 문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환 자체가 파격이고 각종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이 법안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법안 내용이 정부 제출과정에서 변질됐다는 것이다. 사회적 취약 및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의 범위가 당초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소년소녀가장 등을 포괄하고 있었으나 국회에 제출된 내용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등으로 제한했다.

또한 비용 추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국회 법안 제출시 첨부한 비용추계서는 규모는 둘째치더라도 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 집행위원장은 사전조사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준비 없이 소요비용을 추정했는데 이렇게 역순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졸속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비용 추계서는 디지털전환홍보비용에 5년간 44억, 수신환경 개선비용으로 40억을 책정하고 있다. 최선욱 기획실장은 “미국의 경우, 일부 소외계층이 아닌 모든 아날로그방송 직접 수신대상자로 지원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통부 최영해 방송위성팀장은 “제도가 마련돼야 소비자의 이해를 반영하고 동시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할 것”이라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일종의 예시로 지원대상과 지원방안은 예산처와 합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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