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리메이크에 대단히 취약하다. 따라서 리메이크에 성공한 기억도 없다. 그러나 전도연, 유지태라는 커다란 이름을 앞세운 <굿와이프>만은 다를 거라 기대를 걸었다. 1,2회는 그 기대가 적중했다고 충분히 기뻐할 만했다. 심지어 발연기로 드라마 분위기를 깨지 않을까 걱정했던 나나마저 칭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둘째 주를 맞으며 <굿와이프>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우선 배우들의 대사 싱크가 전혀 맞지를 않았다. 사실 1,2회 때에도 싱크 문제는 존재했다. 워낙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에 쏠린 관심 때문에 놓쳤거나 아니면 알아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전개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3,4회에서는 비로소 크게 보였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굿와이프>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많지는 않지만 싱크에 불만을 담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외화더빙도 아니고 국내 드라마에 대사 싱크 문제가 과연 요즘 시대에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가 먼저 의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고 또 곧바로 개선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3,4회에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우선 3,4회 에피소드는 원작과 비교한다면 중간에 5,6회 정도를 건너뛴 내용들이다. 번역극이 아니라 리메이크라면 충분히 에피소드를 취사선택할 수 있으며, 워낙에 법정 시스템이 크게 다르게 때문에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다만 3,4회부터는 <굿와이프>가 가진 장점을 꺾어버리고 기존 한국 드라마식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 문제다. 원작 <굿와이프>는 꽤나 권력을 가진 남자로 인해 변호사 자격이 있어도 그것을 보류하고 전업주부로 살아오던 한 여성이, 남편의 권력형 스캔들을 계기로 사회에 나오면서 차차 생계형 취업에서 자아실현이라는 여성 보편적 주제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사실 tvN의 드라마 소개에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10년 이상 가정주부로 살았던 여성이 한국사회 혹은 법조계의 유리천장을 뚫고 성장하는 이야기와, 그 과정을 겪으며 온전한 자신을 되찾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에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아는 이들도 기대를 걸 수 있었을 것이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또한 그것은 단순히 주인공 <굿와이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드는 그렇게 단순한 요소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굿와이프>는 세 명의 여성이 끌어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굿와이프> 김혜경(전도연), 조사관 김단(나나) 그리고 로펌 공동대표 서명희(김서형)이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이 드라마의 제목이 <굿와이프>인 것처럼 김혜경이 드라마의 중심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tvN의 <굿와이프> 3,4회에서는 이 삼각대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아직 법조계가 낯설고 어색한 김혜경을 도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케미를 쌓아가야 할 김단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기껏해야 얌전한 옷을 입고 김혜경에게 커피나 가져다주고 말 뿐이다. 애초에 나나의 캐스팅을 걱정했던 것은 이 김단이라는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작 나나는 아무 문제가 없어 나나의 색깔로 풀어내는 칼린다의 기대감이 생긴 마당에 참 당황스러운 일이다.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단지 나나의 문제만은 아니다. 드라마 속 여성의 모습들이 원작의 시각과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그려지고 있다. 예컨대, 원작에는 없는 도시재개발 문제로 서중원(윤계상)과 만난 이연주라는 여성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닌 성적인 매력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굿와이프>라는 원작 드라마를 이해했다면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될 발상이었다.

미국의 타임지는 <굿와이프>에 대해서 ‘티비에서의 페미니즘과 정치학을 바꿔 놓은 드라마’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리메이크 <굿와이프>는 원작의 방향과 상당히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그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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