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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모임을 정상화해야 한다“이정현녹취록, 의견 분분하다”는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7.15 17:34

KBS 보도국에는 기자협회를 꼭 정상화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모임’(이하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 그것인데,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정지환 보도국장, 최재현 정치외교부장, 김형덕 탐사제작부장, 이강덕 디지털뉴스국장, 강석훈 국제주간, 장한식 편집주간, 박영환 취재주간, 박승규 스포츠국장, 정은창 방송문화연구소장 등 보도국 주요 간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지환 보도국장은 (사)한국언론인협회로부터 지난 1일 정치외교 ‘참언론인대상’을 받았다. 그야말로 대단한 조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정상화’가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 14일 ‘이정현녹취록’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자사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경 등 정부비판 리포트를 “빼라”라는 등의 압력을 넣은 녹취록을 두고 “2년 전의 일이 또 다시 사내 특정 세력의 주도 하에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고 주장했다. 

'KBS 정지환 보도국장 한국참언론인대상 수상' KBS보도 사진(링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304829&ref=A)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언론인들은 이를 마치 '신성불가침'처럼 여겨왔다. 이 조항의 ‘누구든지’에는 방송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또한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해석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사장은 외부인이 아니다’라는 논리가 작동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방송사 사장의 경우, (방송 내편성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답변해 비난을 받았다. 이제 이정현녹취록 사건을 눈 앞에 두고는 아예 도를 넘어서는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행동은 분명한 외부의 개입이다. 이미 후퇴된 논리(사장은 외부가 아니다)로 판단하더라도 <방송법> 위반이다. ‘읍소’, ‘통상업무’라는 게 박근혜 정권 차원의 해명이다. 그러나 같은 주장이 청와대 보도통제의 대상이 됐던 KBS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다.

KBS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13일 이사회에 출석해 “업무협조요청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인호 이사장은 “KBS 내부의 시각이 다양하다. 그렇게만(보도통제) 볼 수는 없다”며 이에 맞장구쳤다. 공교롭게도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과 관련해 KBS 외부는 물론 내부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성명을 냈다. KBS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에 힘을 싣는 입장이다.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은 해당 입장에서 ‘이정현녹취록’을 공개한 이들을 ‘특정 정파에 치우친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녹취록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보도한 매체들에 대해서는 ‘편향매체’라는 딱지를 붙였다. KBS 내 잇따른 비판성명에 동조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KBS의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KBS의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쪽은 다름 아닌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다. 이정현 전 수석의 행위를 ‘업무협조’라고 볼 수는 없다. 외압여부는 권력관계에서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와 방통위의 선임구조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KBS 사장의 임면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권력구도는 분명하다. 상-하의 권력구도에서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그런 자가 “뉴스를 빼라”라고 하는 걸 읍소라고 볼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을 ‘참언론인대상’을 수상한 정지환 보도국장이 소속돼 있는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 모를 리 없다.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은 ‘이정현녹취록’을 공개한 이들에 “특정 정파에 치우친 세력”이라고 했지만 이런 규정은 오히려 스스로에 들이밀어야 한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점에서 ‘이정현녹취록’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행위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 매체들을 ‘편향됐다’고 이야기하는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야 말로 ‘정부감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이거나 ‘보도가치도 모르는 무능력자들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정현녹취록을 두고 ‘통상업무’라고 이야기하는 쪽은 모두 ‘권력을 쥔 쪽’이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KBS 보도본부장, KBS 이사장 등이 그렇다.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의 입장은 이들의 그것과 같다. 국민들은 누굴 정치적으로 볼까.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 소속 기자들은 100여명이 넘고 보도국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KBS 뉴스는 박근혜 정부 실책을 옹호하는 내용의 리포트와 북한 정권 비난 기사들이 넘쳐난다. 공영방송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한국사회는 비정규직·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자사 뉴스를 모니터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하는 일선 기자들의 활동을 두고 ‘정치적’이라고 꼬리를 붙여 발목을 잡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정현녹취록을 두고 ‘읍소’, ‘통상업무’라고 이야기하는 권력자들, 그리고 그들과 입장을 같이 하는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국민들에게 KBS는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국민들에게는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의 존재는 불행이지 않을까 싶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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