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사실상 AIIB에서 쫓겨났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다.

15일 조선일보는 홍기택 부총재가 휴직계를 낸 것이 AIIB 측의 사임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홍 부총재로부터 AIIB의 사임 압박 상황을 보고받고, 휴직으로 시간을 벌면서 사태를 무마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홍기택 부총재는 AIIB와 협의해 본인의 일신상의 사유로 휴직을 신청한 것"이라며 "AIIB에서도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와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의 요구에 의해 일신상의 사유로 휴직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AIIB측이 홍 부총재의 사임을 압박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홍 부총재의 휴직과 관련해 AIIB측과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고, AIIB측과 협의 하에 휴직을 권유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재부는 "6월 23일 홍 부총재가 휴직계를 AIIB에 제출했고, 6월 24일 AIIB 이사회에서 보고 됐으며, 따라서 6월 25일 진리췬 AIIB총재와 부총리간의 면담에서 홍 부총재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면담 시 AIIB총재가 한국 출신의 홍 부총재의 휴직 사실을 한국 거버너인 부총리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줬으며, 정부로서는 공식적으로 AIIB가 발표하기 전까지 밝힐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국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화를 부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기택 부총재는 30년 간 교수직에 있다가 박근혜 정권 인수위와 산은지주 회장을 거친 인물로 국제기구 부총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돼온 바 있다. 홍기택 부총재는 산은지주 회장 취임 당시에도 "나 낙하산 맞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었다.

AIIB측은 한국에 부총재직을 제의할 때 금융 전문가를 요청했지만, 한국 측이 홍기택 부총재를 선임하자 다른 인사를 거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홍기택 부총재를 제외한 AIIB 부총재들은 국제기구에서 경험이 많은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돼있어, 홍 부총재의 능력 부재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홍기택 부총재 사태로 다음 부총재는 프랑스 출신 인사에게 돌아가게 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AIIB에 37억 달러의 분담금을 내고 5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부총재직을 얻은 것도 우리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인데, 홍 부총재가 어떤 이유에서든 부총재 직에서 물러나면서 당분간은 한국인 후임 부총재 선임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AIIB는 5명의 부총재가 의사결정에 주로 참여하는데 여기서 한국이 빠지게 되면서, AIIB 내에서의 발언권 역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정부가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고도 실리는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재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홍기택 부총재의 '의심스러운 휴직'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무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