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씩 해피투게더가 정신없이 웃길 때가 있다. 이번 주가 딱 그랬는데, 다시금 예능 특히 토크쇼에서 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었다.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글로벌 예능꾼이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연예인들을 초대했다. 한때 미수다가 받았던 뜨거운 인기를 생각한다면 무난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그렇게 무난한 기획을 아주 특별하게 치장해준 것은 디테일이었다. 한국 활동을 5년 이상을 해온 존박, 강남, 헨리 등을 예능 완생으로, 반대쪽에는 아직 신인 딱지를 떼지 못한 걸그룹 외국인 멤버 세 명을 예능 미생으로 배치한 것이 대단히 주효했다.

그것을 선배는 남자, 후배는 여자로 구성한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어쨌든 이 여섯 명의 외국인들은 시간차를 두고 활약하며 웃음을 빵빵 터뜨려주었다. 덕분에 유재석을 비롯해 기존 엠씨들의 분량이 줄어들 정도였다. 그들 중에서도 예능 완생에서는 존박과 강남이, 미생에서는 트와이스 사나의 활약이 돋보였다.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 ‘글로벌 예능꾼’ 특집

요즘 예능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강남은 게스트가 아니라 거의 엠씨 수준의 존재감을 과시했고, 그와 엮어서 존박과 사나가 여지없이 웃음을 만들어냈다. 특히 올해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트와이스 <CHEER UP> 열풍의, 거의 반의 지분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사나의 활약은 놀라웠다. 사나 파트인 ‘샤샤샤’는 원곡을 뛰어넘은 인기를 끌었다.

트와이스 팬들 사이에서는 ‘사나 없이는 사나마나’라는 말이 통용되는데, 왜 트와이스 비주얼 센터 쯔위가 아니라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사나에게 이런 엄청난 수식어가 붙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날 해피투게더를 통해서 그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만 같았다. 신인 걸그룹의 외국인 멤버가 토크쇼에 단독으로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오더라도 단순히 준비해온 것만 기계적으로 소화해내는 것에 그치기 십상이다.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 ‘글로벌 예능꾼’ 특집

그러나 사나는 당찼다. 시작하자마자 선배인 강남의 일본어 발음이 “좀 그르네요”라고 치고 나오더니 또 샤샤샤 시범을 보일 때는 상큼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가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에도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보이며 좀처럼 신인에게 친절하지 않는 박명수의 호감을 얻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날 사나의 최고 히트의 순간은 응용과 순발력을 보였던 스킨십 질문 때였다. 앞서 유재석은 외국인 예능인의 비결은 동문서답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아무리 오래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에게는 반드시 한국어의 장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또 때로는 그래야 한국인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 결정타가 아마도 이날 사나의 “에? 나니?”였을 거라 장담한다. 토크가 무르익을 즈음 엠씨들은 자연스럽게 연애를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그리고 사나라고 그 질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결국 유재석이 사나에게 스킵십의 속도를 묻자 사나는 “에? 나니(뭐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 ‘글로벌 예능꾼’ 특집

이미 모르쇠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한다고 말을 해놓은 상태에서의 사나의 놀라운 순발력과 응용력을 보인 순간이었다. 사나의 이 간단한 반응에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초토화가 됐다. 리액션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박명수조차 탁자에 고개를 묻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웃었고, 유재석과 전현무는 일어나 사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때까지 모든 게스트들이 고루 활약을 보였지만 이 순간으로 이날의 주인공이 결정되었다. 강남은 진심이 담긴 말로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며 후배 사나를 칭찬했다. 사나 혼자만의 토크쇼는 아니었지만 왠지 사나만 나온 듯한 착각을 할 지경이었다. 왜 사나 없이는 사나마나인지, 사나의 치명적인 매력을 알 것만 같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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