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

어느 방송사보다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외쳤던 MBC였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MBC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의 동행명령에 불응하며 내세운 이유도 그거였다. 그 뿐이 아니다. MBC는 19대 국회 환노위에서 청문회가 개최됐을 때에도 세월호국조특위에서 ‘단원고 전원구조’ 오보와 관련 출석을 요청을 받았을 때에도 “언론자유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해왔다. 그러나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뉴스빼라”는 등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발언을 한 녹취록에 대해서는 단신처리 이후 어떠한 리포트도 배치하고 있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14일 <청와대 보도개입, 침묵하는 뉴스데스크> 제목의 민실위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정현녹취록’ 관련 소식을 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MBC 역시 청와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6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MBC <뉴스데스크>는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달 30일 단신(▷링크)으로 “전국언론노조 등은 세월호 사고 직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청와대가 세월호 보도를 통제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에 대해 이정현 전 수석은 ‘평소 교분을 나누는 사이다 보니 통화가 지나쳤다’면서 ‘다만 바다에서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에 대해 선구조 후조치가 되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MBC 해당 리포트에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뉴스 빼라”는 등의 구체적 내용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상업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녹취록은 충격적”이라면서 “역대 어느 정권의 홍보수석도 저렇게까지 하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방송편성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검찰 고발로 조사가 진행 중이니 그것을 종합해 봐야 한다”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6일 징계무효소송 첫 항소심에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통상업무’ 주장에 “넌센스”라고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세월호특조위의 동행명령장 발부에 불응하면서 ‘언론자유 수호’ 최선봉에 선 듯한 모습을 보였던 MBC”라면서 “지난해 9월에는 민실위보고서의 보도비평에 대해 ‘업무방해’, ‘사후검열’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뉴스 모니터링까지 ‘간섭’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더니 국가 권력의 최정점 청와대 인사가 공영방송 보도에 개입한 녹취록사태와 관련해서는 눈을 감을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MBC는 이 밖에도 △세월호특조위 활동 종료, △청와대 서별관회의 논란, △국정원 댓글 여직원 감금 논란 야당 의원들 무죄 판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과도한 실형 선고 논란 등에 대해 누락 및 축소시켰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 <뉴스데스크>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정원과 여당의 감금 주장과 검찰의 수사, 약속기소,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 등 꾸준히 보도해왔다”며 “그런데, 정작 1심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이를 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는 ‘김현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 무혐의’ 관련 등 검찰의 수사과정에 극히 편중돼 있는 보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렇다면 무죄 판결이 날 경우 누락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이 최소한의 언론윤리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징역 5년’ 실형 성고는 형량의 과함 논란이 일고 있다”며 “그동안 <뉴스데스크>가 관련 집회와 수사 단계에서 보였던 뜨거운 관심을 생각해보면 관련 선고를 누락하는 것은 앞뒤 맞지 않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해경 부실 대응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아이템은 묵살되거나 삭제됐다’고 증언해왔다”며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과연 KBS에만 전화했겠는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일이 없었길 바랄 뿐이다. 지금이라도 감추고 침묵하지 않는 뉴스로 구성원들의 합리적 의심들이 거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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