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 간단히 말하겠다. 세월호 참사 청문회가 열렸다.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있다면 KBS가 대부분 중계를 해왔다. 그런데, 세월호는 예외였다. 세월호참사 청문회는 중계하고 뉴스에서도 다뤄야 한다는 기자협회장이 요구했지만 ‘편집권 침해’로 몰렸다. 반대로 KBS에서는 세월호특조위 위원들이 팽목항 가서 기념사진 찍은 것에 대해 비난하는 리포트가 나갔다. 세월호특조위 예산이 과다하다는 비난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했다. 최근 이정현녹취록 육성이 공개됐음에도 KBS에서는 단 한 줄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주 월(11일) 미방위 차원의 문제제기가 있자 ‘공방’으로 다뤘다. KBS 뉴스가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방법은 2가지다. 아예 보도를 안 하거나 정치권으로 넘어가면 정략적인 관점에서 공방으로 다루는 게 그것이다.”_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

“이정현녹취록을 보면 ‘YTN’ 관련 대목도 나온다. 청와대에서 KBS에만이 아니라 YTN 등 다른 언론사에 대해서도 전화를 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YTN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은 청와대가 없앴다. 2008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이 나가자 당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YTN 홍상표 보도국장에 항의를 했다. 홍상표 보도국장은 제작진을 불러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전화가 왔으니 내용을 수정하라’라고 요구했다. 제작진은 당연히 수정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이 전화를 한 것이다. 홍상표 보도국장은 제작진이 있는 자리에서 떳떳하게 전화를 받아 ‘그렇지 않아도 불러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상업무라고 하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공식 절차를 밟아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될 일이다.”_언론노조 박진수 지부장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과 박진수 YTN지부장의 발언은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통제’를 한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통상업무’와 같은 일상이었따는게 첫 번째다. 보도통제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공영언론을 대상으로 진행됐을 거라는 추측이 두 번째다. 언론장악 청문회가 KBS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문제에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정현녹취록, 방송 독립성·공정성 훼손 규정만으론 안 돼”

13일 국민의당 정책위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가 공동주최한 <언론의 정치적 종속과 그 대안-청와대의 보도통제와 언론의 공정성 확보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국장은 ‘이정현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KBS에 대한 청와대 개입은 이미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들의 항의와 길환영 사장의 퇴진 과정에서 알려졌던 사실”이라면서 “이번 녹취록 공개는 당시 청와대 개입의 또 다른 증거이자, 의혹에 대한 확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3일 국민의당 정책위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가 공동주최한 <언론의 정치적 종속과 그 대안-청와대의 보도통제와 언론의 공정성 확보방안>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김동원 정책국장은 ‘이정현녹취록’을 통해 언론장악 청문회가 필요하고 공영언론에 대한 지배구조개선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지’를 들여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청와대에 의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으로만 규정해선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통상업무’라는 발언은 취재원-언론 간의 관계만을 놓고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녹취록 진상규명과 방송의 독립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등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맥락을 벗어난 추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지금의 방송 공정성과 독립은 단순히 협소한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한국 사회 공동체와의 관계성에 대한 문제이자, 동시에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할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는 ‘팽목항’을 넘어 광화문으로 안산 합동분향소, 세월호특조위, 국회 등 시공간이 넘나들고 있지만 공영언론은 여전히 물리적 ‘취재처’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세월호특조위 조사활동 종료라는 기간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정현녹취록의 경우, 이용자들은 이미 SNS 등을 통해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KBS에서는 침묵하는 현상 또한 공정성의 영역에서 ‘우리는 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지’와 맞물려 개선하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비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동원 정책국장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안으로 △공영방송 이사의 국회 추천(선임기준 등 투명성 담보), △공영방송 이사의 추천 기준 및 자격 요건 강화(이사추천위원회 및 지역인사 포함 의무화), △공영방송 이사회 의결 방식에 특별다수제 도입 및 회의록 공개(사장추천과 회의 비공개 시 특별다수제로 결정), △제작 자율성 보장과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통상업무?…나머지 주체들을 개·돼지로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토론자로 나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홍성일 연구원은 김동원 정책국장의 ‘맥락을 벗어난 추상’이라는 말에 적극적인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언론학계의 화두는 공정성이었다”며 “공정성이라는 건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로 인해 그 밖을 보지 못하게 한 걸림돌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성일 연구원은 ‘이정현녹취록’에 대해서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상업무’라는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순수유가족’이라는 발언과 유사하다”며 “‘순수’, ‘통상업무’라는 말은 특정한 맥락을 없애버린다. 그 속에는 시민사회 등 나머지 사회 주체들은 제외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청와대-보도국장 등을 제외한)나머지 주체들을 개와 돼지라고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꼬집었다. 이제부터라도 ‘공정성’이라는 개념논쟁보다는 사회적 아젠다를 던지는 제 기능을 찾도록 실천의 영역에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토론회에 앞서 ‘이정현녹취록’에 대해 “이것을 통상업무라고 하는 걸 듣고 충격받았다”며 “보도통제와 취재협조는 다르다. 청와대의 언론관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보도통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우리당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관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미방위 간사)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이미 나와있다”며 “그런데, 미방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를 보면 쉽게 통과될 것 같지 않다. 하반기 내내 그 문제로 씨름을 해야 할 텐데 동력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