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합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13일 오전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합니다"라는 짤막한 문구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함으로써 반대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의견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는 유력한 대권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국민을 위해 반드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아직 사드에 대해 당론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더민주를 향해 "제 1야당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다"며 압박하고 있는데, 이번 문재인 대표의 발언이 더민주가 사드 배치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발언이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두 정치 거물의 향후 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개인적으로 자기 의사를 발표한 건데 거기에 대해 코멘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사드 문제를 놓고 단편적으로 싸우고 , 찬성이다 반대다는 논리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에 대해서는 더이상 별로 할 얘기가 없다"며 "이미 장소까지 다 정해졌는데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김종인 대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드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방향 없이 서투르게 일을 진행하다가 정치권과 국민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라며 "외교·안보·통상에서 현 정부는 아마추어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이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놨다. 우리가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버렸다"며 "수권을 준비하는 정당으로서 아무런 고려 없이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하듯)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의 미숙한 일처리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미 결정된 사드 배치를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와는 다른 방향의 의견이다.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4·13총선을 앞두고 총선 승리를 위해 영입한 인사다. 하지만 두 거물이 민감한 사안인 사드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8·27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다른 정치적 행보를 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김종인 대표는 박영선, 진영 의원 등의 영향력 있는 중진의원들을 곁에 두고 있어 언제든지 강력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문재인, 김종인 더민주 전·현직 대표가 다른 의견을 밝히면서 더민주의 사드 당론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 지, 두 거물이 계속해서 협력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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