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다하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붙어볼래”라는 말까지 나왔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여당 추천 고영주 이사장과 야당 추천 이사는 감정대립에서 고성으로 이어지며 자칫 몸싸움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MBC 김장겸 보도본부장의 불성실한 답변이 발단이 됐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MBC로부터 201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첫 번째 업무보고는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출석해 관련 계획을 보고와 방문진 이사들로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MBC 보도와 관련해 “MBC 개표방송이 4·13총선에서 6% 시청률과 10% 점유율로 처음으로 꼴지를 벗어났다”,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시청률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등 보고했다. 그 후, 질의응답은 감장겸 보도본부장의 요청과 방문진 다수 이사들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문제는 김장겸 보도본부장의 업무보고가 끝나는 시점에 벌어졌다. 방문진 회의장에서 갑자기 고성이 들려왔다. 이그러고는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 자리에서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보고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하자,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는 식으로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기 이사가 MBC본부 소속 기자들의 주요직 배제된 것을 지적하자,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인사권인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는 등 불손한 답변이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이사들은 야권 이사들의 질의가 길어지자 "그만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고영주 이사장은 "그럼 이만하겠습니다"라고 질의를 중단시켰고 논란이 벌어졌다.

공개된 회의에서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질의 시간이 길어진 건 알겠는데 회의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최소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MBC 각 부처에서 질의응답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받기로 한 시간은 25분가량이다. 하지만 MBC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 등 논란이 컸던 만큼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질의가 계속됐고, 이를 고영주 이사장이 중단시키고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이석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고영주 이사장은 “누구한테 양해를 구해야 하느냐”며 “야당 추천 이사들에게 (회의진행 등)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냐”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기철 이사는 “우리(야당추천 이사들)가 아니라 여기 계신 다른 여야 이사들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추천 이사들 간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시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회의가 다시 공개로 전환되면서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더욱 험악하게 싸움을 이어갔다. 유기철 이사가 계속 고영주 이사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한번 붙어볼래?”라고 반말격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주 이사장의 “한번 붙어볼래?”라는 고성에 유기철 이사가 “그래”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고영주 이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리와”라는 말과 함께 손짓을 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면서 회의는 다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그 후, 시간이 흘러 휴정되는 등 여야 이사들 모두 험악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편, MBC 보도본부와 드라마본부, 예능본부 업무보고와 감사 보고 및 질의응답을 마친 후 종합평가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유기철 이사는 “(MBC경영진은)공정방송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고영주 이사장도 국회에 가서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기에 한 말씀 드리겠다”고 이어, “공정방송의 기본적인 잣대는 다양성에 있다”며 “MBC는 한쪽에서 욕을 많이 먹고 다른 한쪽에서 비호를 받는 것 그 자체가 공정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하면 MBC는 시청자(국민의)방송 달성은 어렵고 주식회사 MBC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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