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고, 속아도 왠지 기분 좋은 것이 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바로 지난주 시즌3로 돌아온 '너의 목소리가 보여3'(이하 너목보3)가 그렇다. 엠넷하면 미안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악마의 편집'이다. 슈퍼스타K에서 탄생해 숱한 논란을 뿌린 이 악마의 편집이 '너목보'에서는 착하게 변신했다. 그래서 속아도 웃게 된다.

'너목보3' 이번 주 게스트는 최민수였다. 전부터 함께 해 온 밴드와 노래를 부른 최민수는 분명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게스트였다. 누구도 제어하지 못할 것만 같은 그의 외모와 행적 때문에 너목보를 진행하는 엠씨들은 번번이 당황해야만 했다. 물론 각오한 결과였을 것이다.

Mnet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3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민수가 하나도 맞출 것 같지 않고 그럴 의욕도 없어 보이는데 은근히 실력자와 음치를 족집게처럼 가려낸 편이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두 명을 고를 때에는 반타작의 결과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노련한 패널들의 강력한 회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기 뜻을 밀고나갔고 결과는 패널의 패배, 최민수의 승리였다.

그렇지만 '너목보'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욕 나올 정도로 놀랄 반전이 있었다.

최민수가 음치로 고른 한 출연자가 무대에 섰다. 연미복을 잘 차려입은 준수한 청년이었다. 출연자 닉네임은 ‘가수가 되고팠던 피아니스트’. 그는 무대에 올라 말없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외모보다 훨씬 더 준수한 연주 실력에 스튜디오의 청중들은 그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연주를 하는 동안 이 출연자의 사연이 무대 뒤 스크린을 타고 흘렀다. 한 여성과의 다정한 모습에 이어 자막으로 3년여 동안 해외연주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 심지어 사진의 주인공이 마침 스튜디오에 나와 있었다. 출연자는 연주를 마치고 머뭇거리더니 그 여성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모두가 예상했던 그것. "나와 결혼해줄래"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Mnet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3

그 사이 제작진은 여성이 앉은 객석을 핀 라이트로 비쳤고 꽃도 전달해주었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서프라이즈 프러포즈였다. 그리고 노래를 이어갔는데 노래 마저도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였다. 완벽하게 로맨스 하나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일말의 의심은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프러포즈인데 설마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단은 '너목보'니까 이 출연자가 음치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행한 예감은 왜 그리도 잘 맞는지 이 출연자는 로맨틱한 피아노 연주 실력과는 거리가 먼 완벽한 음치였다. 그쯤 되자 이제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졌다. 당연히 프러포즈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틀리기를 바라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그 프러포즈 마저도 제작진이 꾸며낸 것이었다. 스튜디오가 발칵 뒤집혔다. 아마도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입에서 욕이 툭 튀어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금세 머쓱하게 웃어야 했다. 몰래카메라에 당하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다. 악마의 편집을 무기로 삼던 엠넷 피디들의 유전자는 어디 가지 않았고 이런 엄청난 함정을 숨겨놓았던 것이다. 이제 '너목보3'는 단지 음치냐 실력자냐를 구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진실 게임이 하나 더 강력하게 추가됐다. 이는 제작진의 도발이자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방심하면 당하고 몰입하면 속는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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