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지상파방송사들이 UHD방송을 시작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의 지상파 UHD 방송 도입계획을 보면 지상파는 내년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광역시권 및 강원권(2017년 12월), 전국 시‧군(2020~2021년)으로 UHD 방송권역을 확대한다. HD방송은 2027년 끝난다. 지상파 UHD방송은 초고화질에 IP부가서비스, 모바일HD방송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무료보편방송플랫폼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일종의 방송규약(방송표준)을 결정할 단계에 와 있다. 4일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는 공청회를 열고 방송표준으로 ATSC 3.0을 제안했다. 이 표준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4K UHDTV와 이동 HDTV 방송서비스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동안 협의회는 북미식 방식과 유럽식 표준방식인(DVB-T2)를 두고 평가를 진행했고, 4일 우리나라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으로 ATSC 3.0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협의회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이달 중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에 방송표준방식을 추천할 계획이다.

정책적으로 따져볼 만한 쟁점은 많다. UHDTV가 상대적으로 고가라 서민이 구입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정부가 UHD방송 정책의 중심에 지상파를 둔 것을 두고 다른 사업자들은 불만을 갖고 있다. 지상파가 UHD방송을 암호화해 전송하는 것은 콘텐츠의 비상업적 이용을 제약한다는 문제가 있고, UHD주파수를 활용한 모바일HD방송과 지상파DMB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가 IP부가서비스로 유료방송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TV 제조사들이 기술적·경제적인 이유로 방송안테나 내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지상파 UHD방송은 방송의 공적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선 시민들이 무료보편방송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IP망을 활용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덕에 유료방송 수준의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 구축과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이 가능하다. 모바일HD방송 또한 무료보편방송플랫폼을 강화하는데에 활용할 수 있다. 지상파가 기존 DMB망에서 빠져나가 UHD 주파수를 활용해 모바일HD방송을 하면 기존 DMB 화질을 높이고 그 대역에 다른 의무전송채널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을 들어오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부가서비스가 유료방송사업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정책방향을 이용자 중심으로 잡아나간다면 오히려 공공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지상파의 설명대로라면, ATSC 3.0 방송표준은 IP망을 활용해 ‘되돌려보기’ 기능이 가능한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VOD(Video On Demand) 비용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지상파에 IP부가서비스 기반의 VOD서비스를 광고 기반의 무료콘텐츠로 지정할 수도 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을 하더라도 플랫폼사업자들이 챙기는 수수료가 없어지는 까닭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VOD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지상파 UHD방송이 공공서비스 강화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중장기 방송정책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지상파방송사들이 무료보편방송플랫폼을 넓히고 공공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강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EBS에만 허용한 다채널서비스(Multi Mode Service)를 다른 지상파에게도 허용한다면 공공서비스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UHD 전환 과정에서 HD방송 시청자의 권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정책을 펴는 것도 필요하다.

KBS 편성본부 UHD추진단의 임중곤 팀장은 7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기자설명회에서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다. 이것을 포기하면 지상파 방송이 아니다. 개인적인 저장과 다양한 디바이스의 시청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4일 공청회 직후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시청자 입장에서 지금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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