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20대 국회 첫 예결위 회의도중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온 문자메시지. (연합뉴스)

'KBS 보도 개입 사건'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8·9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정현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것"이라고 다짐하며 출마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의원은 특권 포기와 민생문제 해결, 계파 정치 극복, 장기적 비전 마련 등을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여러 의원들이 서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원유철,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이 당권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보여 친박계 내에서는 자칫 비박계에 당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특히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 하는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하는 안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도부 전체에서 친박계가 소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힘을 모으기 위해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날 친박계의 실질적 리더인 최경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도 '서청원으로 힘을 모으자'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친박계이자 8·9전당대회에 출마가 유력한 홍문종 의원도 '서청원 대표론'에 대해 인정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서청원 의원이 얘기한 것은 아니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서청원 의원 본인의 출마 의사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서청원 의원으로서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사실상 '예약'해둔 상황에서 굳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서청원 의원 본인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른 당권주자들이 '서청원 추대론'에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홍문종 의원은 7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서청원 의원은) 정치지도자 중 한 분이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만 산이 높을 수록 골짜기가 깊은 것 아니겠나"라면서 "출마 하십시오 라고 말하기도, 또 출마하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기도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주영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서청원 추대론'에 대해 "서청원 의원은 원로로 당대표로서 능력이 충분한 분이다. 그러나 여러 분들이 경선 출마를 피력하고 있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 정당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청원 대표론'은 최경환 의원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결집을 위한 최경환 의원의 승부수였다는 분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정현 의원의 출마 강행은 친박계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KBS 보도 개입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여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의원이 혹여 당선이라도 된다면, 새누리당은 큰 타격을 자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정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 아니라, 보도 개입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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