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벅.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의 마지막 무대에 참 적절한 섭외였다. UN의 선물 그리고 벅의 맨발의 청춘은 마지막의 많은 의미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슈가맨은 마지막 방송을 마쳤고 그동안 슈가맨을 통해 희미해졌던 기억으로부터 소환해냈던 오래전의 추억은 다시 추억 속으로 보내게 됐다.

한동안 한국 가요계에는 토토가로 상징되는 20세기 돌아보기 열풍이 불었다. 그로 인해 과거에 봉인됐던 많은 가수들이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왔고 최근 젝스키스의 성공적인 재결합은 그 경향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토토가는 특집이라는 한계성으로 인해 추억의 가수들을 모두 거두지는 못했다. 토토가에 열광하고 대중문화계에 복고열풍이 불었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 슈가맨은 토토가의 연장선에서 토토가의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프로그램이었다.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유재석과 유희열 두 사람의 진행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한물간 가수들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겠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제 종영의 계단에 올라선 슈가맨을 돌아보자면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더 좋았다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슈가맨의 종영에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은 말 그대로 역주행송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토가가 음원시장을 뒤흔들었던 것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분명 슈가맨들의 노래는 한 때를 풍미했던 히트곡이었는데 왜 토토가와 차이가 있는지는 슈가맨과 쇼맨으로 나뉜 것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쇼맨의 존재는 때때로 슈가맨의 시청률을 담보하는 중요한 무기로 작동하기도 했지만 슈가맨의 본질을 가리는 역작용도 없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해 쇼맨의 필요는 분명했지만 한참 추억을 더듬다가 익숙하지만 왠지 낯선 쇼맨의 역주행송으로 경연하는 마무리는 결과적으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슈가맨 마지막 방송 말미에 유재석과 유희열이 나란히 앉아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멘트를 남겼다. 과연 시즌2가 제작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여전히 슈가맨의 소재는 많다는 점에서 재정비한 시즌2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슈가맨은 주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가수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 이전으로 대상을 넓힌다면 시즌2의 출연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슈가맨의 종영은 다음 주라고 할 수 있다.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슈가맨들을 찾아가는 다큐가 한 편 더 남아 있다. 짧은 예고컷들만 봐도 솔깃했다. 사실 이 점이 더 아쉽다. 이런 콘텐츠는 종영 때에 할 것이 아니라 미리 했으면 더 좋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슈가맨의 본질은 추억이다. 대략 십여 년의 공백기를 가진 슈가맨들이 무대를 떠나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너무 간단히 처리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식상한 방식일지는 몰라도 미리 시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추억에 자극받은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무대에서의 노래와 간단한 토크가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그 추억에 더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아쉽지만 또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2로, 더 큰 추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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