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정반대였지만 처음 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걱정은 사실 장혁이었다. 추노의 대성공 이후 장혁은 좀처럼 추노의 대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소 유사한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배우는 달라진 해석을 보여야만 한다.

이번에도 추노의 대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뷰티풀 마인드 또한 장혁의 완전치 못한 출연작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 반전이었다. 사이코패스 이영오를 대하는 장혁의 연기가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감정과잉의 장혁이 보이지 않아 낯설었지만 이영오를 제대로 표현했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장혁의 이영오에 감탄하며 또 빠져들게 되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사실 아직까지는 장혁이 사이코패스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본능적 반응이 보이기도 하지만 장혁이 용케도 그런 순간들을 잘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우려와는 정반대로 뷰티풀 마인드는 점점 장혁 원맨쇼로 치닫고 있다. 그것이 장혁에게는 뿌듯한 일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로서는 이만저만 아쉬운 게 아니다.

특히 장혁을 가장 크게 도와야 할 계진성은 회를 거듭할수록 도저히 회생할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 당연히 박소담의 연기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은데 박소담 본인의 능력 외에도 계진성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엉망인 것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5회에서도 계진성은 수술 중인 이영오에게 향정신성 의약품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를 하겠다며 수갑을 채운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가 이 대목에서 큰 한숨을 내쉬었거나 혹은 분노했을 것이다.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갑을 이영오와 한쪽씩 채운 계진성은 수술실로 달려가는 이영오에게 개처럼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민폐였다면 이 장면은 개망신이었다. 계진성이 불쌍해서 볼 수가 없었다. 코미디도 아니고 이런 전개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배우가 비록 대본에 의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 수동적 위치에 있다고는 하더라도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연기를 해야 한다면 명연기는 애초에 틀린 일이 되어버릴 뿐이다. 박소담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자고 계진성을 이토록 비호감에 민폐덩어리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장혁을 보면서는 줄곧 감탄하게 되고 시선이 바뀌어 박소담을 보면 분노하게 된다. 이러니 이 유니크한 드라마의 본질을 시청자가 제대로 대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뷰티풀 마인드 같은 장르물에 대해 지상파 시청자들이 비우호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5%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외면 받을 드라마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니 장혁의 대단히 근사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인해 시청자를 더 끌어 모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여전히 문제는 박소담의 캐릭터를 하루 빨리 호감형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박소담의 연기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로맨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계진성을 좀 살려줘라. 제발.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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