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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앞에서 농성하려면 비맞고 땅바닥서 자라?서초구청, 유성기업 양재동 현대차 본사 주변 농성장 ‘이례적으로’ 관리통제 왜?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7.04 14:43

서초구청 건설관리과 직원들이 지난달 16일, 25일, 29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농성장에 들이닥쳤다. 16일 오전 9시 반께 상여, 25일 새벽 2시께 농성 시설을 철거했고 29일에는 비닐과 깔판마저 가져갔다. 노동자들이 집회와 농성을 위해 들여온 물품이지만 서초구청은 이것들이 ‘불법적치물’이고 관련해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며 철거했다. 행정대집행 상 계고 절차 등을 생략한 ‘즉시집행’이었다.

유성기업은 현대차와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어용노조 건설, 조합원 징계 및 감시 등 노조 파괴가 이루어진 현대차 협력업체다. 원청인 현대차 임직원들이 노조 파괴를 지시한 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어용노조 설립 등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지난 3월 17일 노조 간부인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현대차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양재동에서 농성 중이다.

유성기업지회와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 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서초구청과 경찰이 현대차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지회와 유성범대위는 4일 서초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초구청이 행정대집행법을 무시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집회 물품을 강탈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을 받았다”며 조은희 구청장-천정욱 부구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신고한 집회와 농성을 위한 물품을 강제로 철거한 것은 행정대집행법과 도로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게 지회와 범대위 주장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유성범대위는 4일 서초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초구의 행정대집행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미디어스)

김차곤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집회와 농성을 위한 물품을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상 형사처벌 대상이다. 25일에는 집회 진행 중 난입했는데 이는 위법한 행정처분일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즉시집행(행정대집행 특례조항)을 할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권력은 현대차권력이 됐고, 서초구청 직원들은 현대차 직원들로 행동했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하지 않는다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인 명숙은 “유엔은 권리옹호자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 필요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다. (양재동 농성장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헌법 상 노동권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을 잘 수 없게 하고, 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훼손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과 국제사회의 인권 가이드라인을 모두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숙은 “도대체 어떤 급박한 이유가 있고, 이 노동자들이 어떤 공공의 이익을 훼손했길래 깔개를 가져갔나”라고 꼬집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사진=미디어스)

김태연 유성범대위 집행위원장은 “2012년 대한문에 쌍용차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설치됐을 때 중구청은 경찰과 함께 뜯어내고 탄압했지만 여러 번 계고장을 발부하고 최소한의 절차를 지켰다. 그런데 서초구청은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으로 절차 없이 집행했다. 노동자와 서민이 현대차라는 대자본을 상대로 싸우면 이유부터 들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유성범대위는 “이러한 만행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마음으로 민의에 귀기울여야 할 구청이 현대자동차와 재벌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서초구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서초구청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조경순 건설관리과장은 “120(다산콜센터)을 통해 민원이 들어왔고, 집행 전 민원 내용을 (지회 및 유성범대위 관계자들에게) 보여줬다”며 “도로법에 있는 행정대집행 특례조항에 따라 집행했다”고 말했다. 도로법 제74조는 ‘반복적, 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와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 절차에 따르지 않고 도로에 있는 적치물을 제거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유성기업지회와 유성범대위가 현대차 본사 주변에 집회신고를 냈고, 서초구청이 강제철거‧수거한 물품들이 사전에 신고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서초구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경순 과장은 ‘통상 계고장을 보내고 협의한 뒤 집행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민원 주체는 누구이고 몇 건이나 되나’라는 미디어스 질문에는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현석 안전건설교통국장 또한 “구청의 업무는 절차와 법에 따른 행정처리”라고만 말했다. 미디어스는 해외 출장 중인 조은희 구청장 대신 천정욱 부구청장에게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기자회견 이후 유성기업지회와 유성범대위는 천정욱 부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하현석 안전건설교통국장(왼쪽 아래)은 질의서를 접수하고, 구청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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