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복면가왕이 누구였다는 말은 시시해졌다. 음악대장을 꺾은 하면된다도, 하면된다를 이긴 흑기사도 스스로 가면을 벗기 전에 다 알아버려서 가왕전의 최고 세레모니인 패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은 더 이상 메인이벤트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매번 놀라는 판정단의 모습이 화면을 채우고는 있지만 정말 몰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알아도 그저 얼굴을 보면 놀라게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예선 라운드의 출연자들이 그 정체를 빨리 알아차릴 수 없어 복면가왕의 추리 기능을 유지케 하고 있지만 그도 이제 전처럼 크게 놀랍지는 않다. 복면가왕은 지금까지 징검다리 시청률을 보였는데 가왕전이 벌어지는 때보다 예선라운드의 시청률이 눈에 띄게 낮았다. 그것은 음악대장의 연승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MBC <일밤-복면가왕>

시청자가 복면가왕 본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복면가왕은 정체를 가린 채로 무대에 서지만 결국은 경연을 하는 것이다. 편견을 없애겠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근사하지만 결국은 경연일 수밖에 없고 그 경연의 승자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대장의 긴 연승 기간 동안 가왕전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치가 전보다 커진 영향도 크다.

음악대장의 연승이 끝난 후 복면가왕의 시청률은 꽤 많이 빠져나간 것만 봐도 음악대장이 복면가왕에 끼친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음악대장이란 거품이 거친 지금 복면가왕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두 가지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음악대장 만큼 엄청난 괴물 보컬을 섭외하던가 아니면 가왕이 될 정도의 실력자인데 시청자 아니 네티즌 수사대의 명단에 없는 정말 미스터리한 고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대장에 버금가는 가수를 섭외하는 일은 이제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적어도 한 주라도 정체를 몰라서 애를 태울 그런 숨은 인재라도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대장의 하차 이후 시청률이 시들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네티즌 수사대의 촘촘한 수사망을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텔에서 실루엣만으로 출연자를 쉽게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 한국 누리꾼들의 집요함과 협동심은 과연 혀를 내두를 만하다.

MBC <일밤-복면가왕>

심지어 연예인 판정단들 중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팜므파탈(어반자파카 조현아)와 비디오여행(스테파니)조차도 이미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을 정도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스포일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스포일러 없이 순수(?)한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전부터 제기된 문제지만 분명히 복면가왕 제작진은 이 네티즌 수사대와의 전쟁이 필요한 것이다. 네티즌 수사대는 정말 무섭다. 그러다 하더라도 분명 어딘가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숨은 고수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면가왕 섭외의 한계를 파격적으로 넓힐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럴 준비가 힘들다면 시즌2를 준비하는 편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복면가왕은 한번 크게 숨을 고를 필요성이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