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팀의 유일한 득점을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김현수가 꽉 막힌 팀의 득점을 시작한 것도 홈런이었다. 추신수가 홈런을 치는 날 강정호와 김현수가 함께 홈런을 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추신수가 홈런을 치는 날은 그만이 아닌 다른 코리안리거들의 홈런과도 이어질지 궁금해질 정도다.

추신수와 김현수의 동반 홈런, 팀 패배에도 빛났던 코리안 빅리거들의 홈런

추신수가 강정호와 두 번이나 함께 홈런을 치더니 이번에는 상대를 바꿔 김현수와 동반 홈런을 쳐냈다. 추신수는 양키스와의 대결에서 1회 선두타자로 나서 선발 피네다의 4구를 담장 너머로 넘겨버렸다. 텍사스로서는 추신수의 리드오프 홈런으로 앞서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지배자는 양키스였다. 치열한 투수전 끝에 양키스는 텍사스에 2-1로 승리했다. 텍사스로서는 추신수의 1회 홈런 한 방이 오늘 경기 유일한 득점이었다. 후반 아쉬운 삼진을 당하기도 했지만 추신수는 부상 복귀 후 언제나 자신의 몫을 확실하게 해내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1일 양키스전에서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린 추신수(텍사스)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경기는 이대호와 김현수가 동반 출장한 시애틀과 볼티모어의 경기였다. 경기는 시애틀이 볼티모어에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시애틀의 선발인 워커를 공략하지 못한 볼티모어는 7회 첫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초반 김현수와 이대호는 모두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현수는 워커에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타석에서는 몸 쪽 꽉 찬 공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두 번째 승부에서는 워커의 강력한 속구에 헛스윙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4회 안타로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쉬웠던 시애틀의 공격은 5회 터졌다. 오늘 경기 흐름을 시애틀로 완벽하게 가져간 것은 스미스의 투런 홈런 한 방이었다.

1회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투수전으로 이어지며 좀처럼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스미스의 투런 홈런은 두 팀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흔들린 볼티모어 마운드는 흔들렸고,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이대호를 제물로 삼았다. 시거를 볼넷으로 거르며 만루 상황에서 이대호를 선택한 볼티모어의 선택을 빅보이는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자료사진]

1사 만루 상황에서 발이 느린 이대호를 땅볼로 유도해 병살로 처리하겠다는 전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대상이 이대호라는 사실이 기분이 상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는 끈질긴 승부를 가져갔다. 이대호는 내야 땅볼이 아닌 외야 안타로 추가 득점을 만들어냈다.

아쉬웠던 것은 미묘한 안타로 인해 2루에 있던 크루즈가 제대로 베이스 러닝을 하지 못했단 점이다. 플라이로 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베이스를 벗어나지 못한 크루즈는 안타가 된 후 3루로 향했지만 느린 발은 아쉬움만 주었다. 리플레이를 해봐도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판의 선택은 원심인 아웃이었다.

이대호는 타점을 올릴 수는 있었지만 외야 땅볼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의 제물이 되어 안타 하나를 도둑맞고 말았다. 이대호가 도망가는 타점을 올리자 침묵하던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깨웠다. 김현수는 두 타석 연속으로 삼진을 당한 후 세 번째 타석인 7회 완벽한 복수전에 나섰다.

호투를 하던 워커를 상대로 볼티모어의 첫 득점인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몸 쪽 낮게 제구 된 이 공은 손쉽게 칠 수 있는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의 삼진 후 독기를 품고 나온 김현수는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눈빛에서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강렬했다.

김현수(볼티모어)가 1일 시애틀전에서 7회 시즌 3호 솔로포를 터트리고 있다.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결코 치기 쉽지 않았던 코스의 공을 완벽하게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낸 김현수는 호투하던 선발 워커를 강판시켰다. 김현수의 이 홈런 한 방은 잠자던 볼티모어 타선을 깨웠고, 경기의 흐름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8회 김현수는 전 타석에서 완벽하게 끌어당겨 쳤던 것과 달리, 4번째 타석에서는 밀어 쳐 추격하는 1타점 안타를 만들어냈다.

만약 7회 말 이대호의 내야 땅볼이 그대로 병살로 처리되었다면 오늘 경기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던 한 방이었다. 볼티모어는 7회에도 다시 시거를 걸러내고 이대호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내야 땅볼이 되며 작전이 성공하는 듯했지만 방망이가 깨지며 느려진 타구는 볼티모어의 선택처럼 병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대호의 이 타점이 5점이 되면서 볼티모어의 추격을 잡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오늘 경기에서 승자는 이대호의 시애틀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로서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경기였다. 꽉 막힌 타선을 깨운 홈런 한 방은 메이저 역사상 한 달 한 팀 최다 홈런 신기록이 되는 기념비적인 홈런이기도 했다.

추신수와 김현수의 홈런은 모두 영양가 만점의 한 방이었다. 이대호가 홈런을 쳐주지는 못했지만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2타점은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병호가 두 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되며 마이너 행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만이 아쉬운 소식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언제든 다시 '박뱅'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듯, 내일 경기에서도 이대호와 김현수의 맞대결과 추신수와 박병호, 강정호가 모두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된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