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경을 작살을 내면 어떻게 일을 해나가겠습니까?”
“KBS가 저렇게(해경비판) 보도를 하면은 다 ‘해경 저 새끼들이 잘못해가지고 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다들 생각하잖아요.”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 가지고 되겠냐고요. 직접적인 원인도 아니잖아요.”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번 더 녹음해서
(해군의 투입을 해경이 막았다는)KBS <뉴스라인> 보도 좀 바꾸면 안 될까?”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가 KBS에 ‘해경비판 자제’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길환영 당시 사장이 해임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 보도 내용을 바꿔달라고 압박한 통화내역이 공개됐다.

녹취내용을 들어보면, 이정현 홍보수석은 해경·정부에 대한 비판을 “과장”으로 평가했다. ‘해군 정예요원들이 구조에 투입하려는 걸 해경이 막았다는 보도가 KBS <뉴스라인>에도 나갈 것’이라는 말에 이정현 홍보수석은 “바꿔”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알겠다. 선배님,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딨나”, “(국방부 보도자료 관련 보도는)KBS <뉴스라인> 쪽에도 얘기를 해보겠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데 까지 하겠다”고 답했다. 그 후, ‘해군의 투입을 해경이 막았다’는 리포트는 KBS <뉴스라인>에서 사라졌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 전화한 뒤 KBS <뉴스라인>에서 누락된 리포트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를 직접 공개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시곤 보도국장의 음성녹취(4월 21일/4월 30일)가 그대로 담겼다. 이와 관련해서는 세월호특조위가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제2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김환균 위원장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면서 “공영방송 KBS 보도국장이 보도를 하면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검토해야 하는 자리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라는 얘기다. 그는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조해야할 해경이 어리숙하게 행동한 것이 공영방송에서 보도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해군의 투입을 해경이 막았다’라는 건 크게 이슈가 됐던 상황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이정현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KBS 뉴스를 봤다면서 그 같은 국방부 보도자료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같은 녹취를 직접들은 416가족협의회 예은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농락을 당하고 있었구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정현 홍보수석은 선원들이 퇴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해경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며 “또, 해경이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차적이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적인 자기 책임’이라고 했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참담함을 드러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를 직접 공개했다ⓒ미디어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청운동에서 김시곤 해임과 길환영 사과 농성을 했을 때(5월 7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아무리 청와대라고 하더라도 공영방송 보도국장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KBS에 의견은 전달하겠다’라고 했었다”며 “의문이 풀렸다. 김시곤이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면 마땅치 않았는데 유가족이 ‘해임’을 요구하니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녹취록을 통해 국가가 무책임하고 무능한 걸 떠나 폭력적이고 비열하기까지 하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며 “이정현 홍보수석은 ‘알아들었으면 고치라’라고 전화를 했다. 국가가 수퍼갑질을 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시곤 보도국장 또한 ‘알겠다’라면서 철저히 공모하고 있다. 이런 통화는 세월호 뿐 아니라, 늘상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개탄했다.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은 “정부가 공영방송 보도국장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한 사실이 생상한 육성을 통해 드러났다. 참사가 벌어진 지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에서 정부관계자가 BBC 국장에게 이렇게 전화했자면 정권이 퇴진 요구와 대통령 직접 조사 요청이 나올 심각한 사건이다. 이정현 현직 의원 그리고 청와대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또한 “재난이 발생하면 공영방송은 중계만이 아니라 구조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고작 이 따위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한편, 자유언론실천재단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특조위 활동 보장, △세월호언론청문회 개최 및 책임자 처벌, △이정현 전 홍보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보도 개입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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