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생각지도 못한 월요일의 선물 <또 오해영>이 끝났다. 참 긴 준비와 기다림 끝에 서현진이라는 배우가 마침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또 오해영>의 가장 큰 선물이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 한 편을 배우 한 명을 논하고 끝내는 것은 대단한 실례다. 이 드라마를 80도 아니고 90도 아닌 100으로 사랑하게 한 것은 작가, 배우, 연출 등 모든 이들의 공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연부터 단역까지 <또 오해영>은 누구 하나 인상 붉히게 하는 캐릭터가 없었다. 당연히 모든 성공한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또 오해영>은 소위 구멍 없는 배역이 무엇보다 자랑삼을 일이다. 그리고 예지원, 김미경 그리고 하시은 등 크고 작은 분량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서현진을 돕고 부축하며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만든 숨은 조력자들의 조합이 너무도 훌륭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비밀통로 예지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또 오해영>은 과거 <올드미스 다이어리> 대본에 참여했던 박해영 작가가 집필을 했다. 초반 오해영의 모습은 영락없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예지원이었다. 그런데 예지원이 <또 오해영>에 출연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스핀오프로 여겨질 만큼 서현진과 예지원의 연기 대결은 시청자에게 추억인 동시에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연애가 점차 복잡하고 무거워지면서 서현진의 연기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을 때에도, 어쩌면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가야 했던 예지원의 엽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는 결국 김지석과의 이별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발을 떼지 못하는 김지석을 향해서 “왼발 왼발”하며 구령을 부치며 눈물짓는 두 사람의 가려진 표정은 정말 압권이었다.

서현진이 다 못한 감정의 대리인, 친년이 엄마 김미경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또 오해영>에는 예지원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엽기 캐릭터가 또 존재했다. 바로 서현진의 엄마 황덕이 김미경이다. 화가 나면 옷부터 찢듯이 벗어버리는 불같은 성격이지만 무남독녀 외동딸 오해영을 향한 지극한 사랑의 남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그런 김미경은 드라마 중반 이후 서현진의 연애사가 극도로 혼란해졌을 때에 서현진이 내면으로 감춰야 했던 정서들을 대신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로맨틱 코미디인 <또 오해영>은 두 남녀의 사랑만 잘 그려도 사실 흠잡을 데 없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엄마의 사랑을 배치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김미경의 열연 덕분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해준 수술실 앞 난장의 꼭두쇠 역할을 해준 것 역시 김미경이었다. <또 오해영>의 주인공이 서현진인 것이 정말 다행인 것처럼 김미경이 서현진의 엄마로 출연한 것 역시 하늘이 도운 캐스팅이었다.

<추노>의 뇌성마비 그녀의 발칙한 변신 하시은

KBS2 <추노>,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2010년 방영됐던 <추노>는 워낙 큰 성공을 거둬서 화제가 된 배우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아주 짧은 출연이었지만 시청자에게 큰 충격과 인상을 남겨주었던 배우 하시은의 변신이 무척이나 놀라웠던 <또 오해영>이었다. 포장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하시은이 이렇게 섹시한 배우인 줄 몰랐다는 놀라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시은에 대한 강한 인상은 <추노>에서 뇌성마비 신부로 열연했던 모습이 크고 어쩌면 그것이 전부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시은은 흔한 여주인공 친구의 낡은 틀을 깼다. 서현진의 친구인 동시에 영화 프로듀서라는 전문직 여성으로 에릭의 동생 박훈을 쥐락펴락하는 묘한 캐릭터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물론 작가 덕택이겠지만 <또 오해영>의 희란은 여주인공 친구의 의성어적 대사를 벗어나 서현진과의 대화를 통한 30대 여성들의 내면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 오해영>은 물론 서현진의 원맨쇼로 성공의 도화선을 당겼지만 중도에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열연과 조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또 오해영>은 끝났다.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이렇게 긴 세월 후에 <또 오해영>이라는 즐거운 유전과 진화를 이뤄낸 것처럼 또 언젠가 다시 즐거운 변신으로 찾아올 것을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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