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11조에 의거 국회로부터 100m는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입니다. 피케팅 행위 하지 말고 순수한 기자회견을 하시기 바랍니다”_영등포경찰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특조위 활동 종료를 코앞에 둔 28일 국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경찰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국회 앞으로 이동하는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을 막아섰고 손피켓을 빼앗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참가자를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은 기자회견을 가장한 불법집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기자회견’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순수 유가족’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임시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온 한 시민이 피켓을 경찰들에게 뺏기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미디어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임시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들과 실랑이가 오갔다. 한 참가자를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미디어스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는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건, 구호를 외치건, 춤을 추건 그것은 주최 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구호 외쳤다’는 이유로 미신고 집회에 대해 처벌하려고 했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회견 방해나 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있는 기자회견이나 집회, 더 나아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등은 그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다.

세월호특조위 활동 보장해야하는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

최근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관련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들이 있었다. 세월호에는 400톤 이상의 철근이 산적돼 있었고, 해당 철근 중 일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사용될 자재였다는 것이 그것이다. 세월호특조위를 통해 27일(어제) 드러난 사실이다. 그로 인해 참사 당시 세월호에 있던 선원들이 국정원에 먼저 전화를 한 이유 또한 그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하나만으로도 세월호특조위의 활동은 ‘종료’가 아니라 ‘보장’돼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여야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박근혜 정부가 못 박은 ‘활동종료’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민의, 특별법 개정안 과반수 발의를 수용하여 개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28일 낮 1시 국회 앞에서 가지회견을 열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임시회 처리를 촉구했다ⓒ미디어스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세월호특별법은 최소한 1년 6개월 동안 ‘진상을 규명하고 조사하라’고 만든 법”이라며 “활동을 방해하고자 만든 법이 아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10개월밖에 조사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법조문을 따질 필요도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특별법> 활동을 제한하는 시행령을 제정하고, 돈과 인력을 늑장배치하고, 세월호위원들의 임명장도 늦게 수여하고, 여당 추천 특위위원들의 잦은 공석 등 방해로 인해 실질적인 활동기간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이태호 상임운영위원은 “세월호특별법은 진상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멀리갈 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 포함 자기 입으로 약속하고 제안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회가 이렇게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이유가 뭔가. 여당도 상식이 있다면 적어도 1년 6개월. 배 인양 후 들여다보는 건 제발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416가족협의회 예은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분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해서든 묻어버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며 “세월호 참사에는 반드시 밝혀야할 진실이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20대 국회 과반 국회의원들의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렇다면 국회에서 당연히 처리되는 게 상식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특조위 활동, 특조위원 임명도 되기 전 시작됐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특벌법> 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당 세월호TF 위원장)은 “정부가 세월호특별위 활동종료를 발표하며 특위 활동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때는 2015년 1월”이라면서 “그 당시에는 특조위원 한 명도 없었다. 세월호특위 위원들 임명은 3월 7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특별위원회의 ‘구성’ 요소라하는 것은 특위위원들이 임명되고 실무자들과 예산 등이 배정된 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번 양보하더라도 세월호특위는 시행령이 제정됐던 2015년 5월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은 오는 11월까지는 법 취지에 맞게 존치해야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세월호특조위 활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동안 게을러서 활동을 못한 게 아니라 출범 당시부터 정부의 방해 술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는 아직 인양조차 되지 않았다. 배는 물속에 그대로 두고 무슨 조사를 끝내겠다는 것이냐”면서 “세월호특별위 활동종료는 대통령 한 사람 보호하기 위해 온 국민들의 상식을 짓밟는 처사다. 여소야대 국회의 민심 그대로 활동 시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의원 또한 “400톤의 철근 중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자재로 밝혀진 만큼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우리 상임위 활동 또한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의원 절반이 넘는 153명이 특별법 개정안에 동의하고 있는 마당에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없다”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은 최우선적인 민생 문제이며 국민적인 요구다. 국회는 이러한 요구를 현실화시켜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법 개정으로 특조위를 살려내고 진상규명을 활동을 살려내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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