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012년 김일성 외삼촌에 건국훈장을 수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훈처는 뒤늦게 사실을 확인했지만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KBS에서 다큐 <훈장> 제작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에게 보낸 친서' 삭제 등 압력 논란 끝에 뉴스타파로 이직한 최문호 기자의 취재로 확인됐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27일 <김일성 외삼촌에 건국훈장…보훈처 은폐 급급> 리포트(▷링크)를 통해 국가보훈처가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의 외삼촌 강진석이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수여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강진석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김일성 친인척에 건국훈장을 수여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가보훈처가 김일성 외삼촌 강진석에 건국훈장을 수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2012년 광복 67주년 기념식에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강진석’은 김일성의 큰외삼촌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당시 훈장은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의 추천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수여했다. 훈장이 수여된 사유는 ‘평남 평양의 청년회와 백산무사단 제 2부 외무원으로 활동하며 군자금을 모집하다가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김일성의 가족이나 친인척에 훈장을 수여한 첫 사례라고 한다.

뉴스타파는 “문제는 보훈처가 훈장 수여를 위한 공적심사 과정에서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보훈처 공적심사위원회는 포상 대상자에게 흠결은 없는지, 훈격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는 기구로, 후보자들의 친일 행적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과의 관련 여부 등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운동을 한 사실이 있다하더라도 이후에 친일로 변절하지 않았거나 북한 정권 수립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다. 사실상 국가보훈처 내 서훈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엉망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국가보훈처가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훈 취소’ 등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뉴스타파는 “더 심각한 문제는 보훈처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도 잘못을 바로잡기보다는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5년 국가보훈처 공식 독립유공자 포상 현황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전체 포상은 318명으로 이 중 애국장은 50명으로 돼 있다. 그렇지만 현재 국가보훈처 홈페이지를 보면 전체 포상 인원이 317명, 애국장 49명으로 적시돼 있다. 그리고 현재 국가보훈처 홈페이지를 통해 강진석의 건국훈장 수여 사실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국가보훈처가 강진석이 김일성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얘기다.

뉴스타파는 “보훈처의 공훈전자사료관에서 강진석 관련 정보가 일제히 사라진 것도 2015년 3월 이후”라면서 “보훈처는 이때까지만 해도 훈장을 전달하기 위해 강진석의 후손을 찾고 있었지만 지금은 훈장 미전수자 명단에서도 강진석을 삭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준식 전 국가보훈처 독립유공 공적심사위원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분명히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 서훈 기준에 비춰본다면 심사과정에서 보류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시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장 또한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가서 북한 정권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고 공헌한 사람들은 지금도 포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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