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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이곳 현대차에서 끝낸다”백일째 동료 장례 못 치른 유성기업 노동자들… 노조 파괴 책임지지 않는 현대차
박장준 기자 | 승인 2016.06.25 03:45

노조 파괴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현대자동차의 엔진 피스톤 링 부품업체인 유성기업 이야기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약속을 어겼다. 이후 직장폐쇄, 용역 투입, 조합원 징계 및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원청인 현대자동차 관리자들과 노무관리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경찰이 이를 비호한 사실이 문서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으나, 정작 유성기업과 현대차의 경영진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유성기업에는 정체 모를 어용노조들만 잇따라 설립됐을 뿐이다. 그리고 3월 17일 노조 간부인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씨의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않았다. 그는 백일째 냉동고 속에 있다.

   
▲서울 양재동 유성범대위 농성장 주변 망루 아래서 올려다 본 현대차 사옥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다른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24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는 한광호 열사 백일을 맞아 추모제와 결의대회가 열렸다. 유성기업 해고자인 국석호씨는 “수요일에 광호가 마지막을 보낸 공원을 무심코 찾아갔다. 동생이 목을 맨 정자에 동네 어르신들이 소주와 막걸리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고 한광호씨와 석호씨를 봐온) 어르신들이 옛날 이야기를 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동생의 전화기를 봤다. 사진첩에 징계와 경고장을 찍은 게 쌓여 있었다. 화가 났다. 문자메시지에는 마지막 날 우리가 연락이 안 된 광호가 걱정돼 보낸 메시지들이 있었다. 또 화가 났다. 부모님이 그러셨다. ‘광호를 언제까지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냐’고. 그래서 ‘노조파괴범을 처벌하고, 우리 동지들이 정말 웃을 수 있는 현장에 돌아가야 광호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시민들은 노조파괴 유성기업과 현대차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미디어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는데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처벌받고 있지 않다”며 “6년 간 꼬박 싸우고 한광호 열사가 산화한 백일 동안 현대차가 보인 반응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한광호 열사를 통해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을, 현대차가 검철과 경찰을 앞세운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제는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법과 원칙에 의해서 그들이 처벌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인 나영은 현대차의 노조 파괴 공작 등을 지적하며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악행기업”이라고 말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미디어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사진=미디어스)

한광호씨가 숨진지 백일이 됐지만 장례는 치러지지 않고 있다. 노조와 사회운동단체들은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차는 발을 빼고 유성기업은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 관계자들 주장이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원청 현대차 사옥 앞에 분향소와 농성장을 차린 이유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한광호가 백일째 냉동고에 있고 장레로 못 치르고 있는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사과 한 마디가 없다. 돈 많은 사람들은 으시대면서 살면 될 텐데 망나니, 개망나니가 됐다”고 말했다.

   
▲고 한광호씨의 동료들이 사전에 신고한 집회장소로 향하는 모습. 그러나 경찰은 시민들의 통행로가 확보돼야 한다며 집회를 불허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다른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함재규 한광호열사대책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유성기업과 현대차가 교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교섭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유성기업은 현대차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는 기다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한광호 동지가 산화하던 때에도 현대차는 뒤에서 어용노조와 제3노조를 만드는 더러운 짓을 해왔다”며 “이 싸움은 반드시 바로 이곳 양재동 현대차에서 끝내야 한다. 백일이 지난 지금부터는 더 큰 투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노동자와 시민들은 고 한광호씨에게 글을 써서 꽃을 만들었다. 문화제 사회를 맡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나영은 “오늘 우리는 붙인 것은 꽃잎이지만 이 꽃잎이 비수가 돼 현대차에 꽃힐 때까지 투쟁해 나가자”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사진을 누르면 꽃잎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이날 금속노조 결의대회 이후 경찰과 대치하다 농성장 주변 높이 7미터 망루에 올라 고공시위에 돌입했으나, 농성 3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유성 범대위(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끝난 밤 11시 40시께 윤 지회장은 현대차 정문 앞 망루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으나 경찰은 새벽 2시 45분께 윤 지회장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윤 지회장은 곧장 연행됐다. 또 다른 결의대회 참석자 또한 경찰 진압을 막던 과정에서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이날 금속노조 결의대회 이후 농성장 주변 망루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였다 (사진=노순택 작가)
▲경찰은 고공농성 3시간만에 윤 지회장을 끌어내렸다. (사진=유성범대위)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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