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회 미방위를 뜨겁게 달궜던 <방송법> 개정안 ‘특수 관계자 편성비율 제한’ 삭제가 발단이 될 것일까. KBS가 드라마·예능 전문제작사 D1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은 “만연해 있는 불공정 관행이 심화돼 외주제작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더했다. KBS는 곧바로 “외주제작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개발, 공동제작을 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KBS가 제작사 Dream1(가, 이하 D1)을 설립한다는 사실은 (사)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사)독립제작사협회, (사)한국독립PD협회가 공동대응하면서 드러났다. 이들 협회들은 23일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사임을 망각한 KBS의 D1 설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BS 사옥ⓒ미디어스

외주제작사협회들 “KBS의 D1설립?…외주제작사 말살의 시발점”

이들 협회들은 “KBS가 D1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다고 알려졌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상파라는 거대 유통 권력을 가진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 및 부가 판권 사업, 해외 투자 유치 등에 직접 나서 돈벌이에 열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S 측에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 일주일 째 회피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의 ‘D1’ 설립은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행태”라면서 “KBS가 상업방송사와 다르지 않다면 국민의 수신료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KBS가 D1을 설립하는 것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방송법> 개정안과 같이 봐야한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방송법> 제72조(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제2항은 방송사업자들로 하여금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방송을 일정 비율 이상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지난해 삭제된 것이다. 국회는 지상파 관계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 재하청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받고 해당 <방송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협회들은 KBS의 D1설립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외주제작사를 말살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발점”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협회들은 “현행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대부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공동제작 형태”라며 “그럼에도 저작권은 ‘권리 양도’라는 미명 아래 방송사에 거의 귀속되고 있다.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제작사에게 우월적 지위를 내세우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류 드라마를 제작하고도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빼앗기는 이러한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대다수 외주제작사와 독립PD는 정당한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여기에 ‘특수 관계자 편성비율 제한 법안’까지 삭제돼 KBS는 자회사(KBS미디어)에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해졌다. 그것도 모자라 KBS는 D1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협회는 “한류의 중심에는 외주제작사가 있어 왔다. 팬엔터테인먼트의 <겨울연가>(2002)로 일본에서 한류가 시작됐고, HB엔터테인먼트의 <별에서 온 그대>(2013)가 중국 내 한류를 확산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새로운 한류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KSBS <태양의 후예> 또한 NEW라는 외주제작사에서 제작된 바 있다.

이들 협회들은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중국 대자본을 투자받아 사전제작을 기획한 외주제작사가 방송사의 제작비 의존도를 줄이면서, 정당한 만큼의 저작권을 확보한 덕”이라면서 “그런데, 오히려 KBS는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나누어주기 못마땅하니, 직접 자본을 유치해 결국 모든 권한을 다 갖겠다는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KBS, “방송콘텐츠 제작여건 악화…외주제작사와 협력할 것”

한편, KBS는 3사협회의 성명이 나가자 곧바로 관련해 입장(▷링크)을 밝혔다. KBS는 “최근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콘텐츠 제작여건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제작비는 치솟고 있고 광고매출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케이블과 종편, 외주사 등으로 KBS의 핵심인재들이 빠져 나가 공영방송의 제작기반은 붕괴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KBS는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방송산업발전에 일조하고 국가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대작한류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자 순수 KBS그룹의 자본으로 D1을 설립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D1을 통해 대작드라마와 국민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KBS는 외주제작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개발, 공동제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D1을 통해 연예 매니지먼트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과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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