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가 정부편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015년 KBS는 ‘극우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이인호 이사장 체제 하에서 <뿌리 깊은 나무>, <훈장>, KBS <뉴스9>의 ‘이승만 일본 망명설’ 관련 보도 등을 소재로 한 논란을 겪으면서 '역사전쟁'의 주역이 됐다는 지적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2015 경영평가 보고서>에는 ‘보도’ 부분에 있어서 “아쉽다”는 정도의 비판만 담겨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5경영평가 보고서>(▷링크)는 “기계적 균형의 공정성 개념보다는 영국 BBC ‘불편부당성’ 개념과 같이 단위 프로그램 내에서의 균형성보다는 관련 프로그램 전체의 포괄적 범위에서의 균형성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2015년 KBS 보도는 공정성 면에서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정화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보고서는 2015년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이슈에 대한 KBS 보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2015년 10월 12일부터 이를 확정해 고시한 11월 3일까지 34건의 리포트를 보도했다”며 “이 가운데, 국정화 찬반 여론과 각 세부 주장에 대한 보도는 18건, 국정화 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6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 뉴스가 비판적이고도 균형적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대규모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정화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석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정부정책에 대한 KBS의 ‘받아쓰기’ 보도를 비판하는 외부의 시각과는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이러한 시각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 통계결과를 삭제하면서 더 강화된 걸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 “여기 털리면 큰 일” 비밀TF 녹취록, 지상파엔 없었다)(▷관련기사 : KBS 경영평가 보고서, 민언련 통계 삭제 논란)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선언한 날 KBS <뉴스9>는 제목으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달아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에 대해 KBS <뉴스9>의 취임 2년 평가에 주목해 “경제와 외교, 통일 2개 분야에 한정해 평가했다”며 “보다 심층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서술 역시 대체적으로 ‘일부 지적도 있었다’라는 문장이 반복되는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KBS <뉴스9>의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분야 2년 평가와 관련해 “선거 당시 공약사항이었던 경제 민주화, 증세 문제 등에 대한 점검이 아쉬웠다”며 “미국·중국과의 정상회담 횟수 및 단편적인 경제지표를 강조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심층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단순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순방’에 대해서는 “양해각서에 대한 의미를 알려 줄 필요는 있지만 청와대 발표를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형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대체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보도는 보도량을 늘리고 청와대의 발표를 검증 없이 옮기며 성과를 과장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2015년 11월~12월 진행된 민중총궐기 보도에 대해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는데도 정작 집회의 목적은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폭력’과 ‘시민 피해’ 프레임이 많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피해를 고려한다면 ‘시민 피해’ 프레임은 일정 부문 타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공정성을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위 기간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KBS 메인뉴스 보도는 균형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훈장> 2편 불방과 JTBC 등에 뺏긴 특종 등의 문제는 누락

2015년 KBS에서 최대 논란이 됐던 <훈장> 불방사태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훈장>과 관련해 “KBS 탐사보도팀이 정부를 상대로 훈장수여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법원 판결에 의해 정부가 서훈 내역 72만여 건을 공개함으로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훈장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수여됐는지, 그 훈장 수여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며 공을 세운 이유로 훈장이 수여됐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간첩 사건들이 최근 들어 법원 재심에서 속속 무죄 판결이 나는 상황에서 탐사보도팀은 훈장을 수여받은 수사관들의 불법 수사 등 인권침해 상황을 추적 보도했다. 그리고 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훈장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불법 수사를 통해 받은 훈장은 정부가 취소해야함을 설득력 있게 지적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BS <훈장>. 결국 2부작으로 탄생한 훈장은 2편이 불방되는 것으로 끝났다.

보고서는 “그러나 2016년 2월 <훈장>이 방송되기까지 제작 과정에서 제작 실무자와 제작 책임자 간에 일부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며 “KBS 양대 노조가 이 문제를 안건으로 공방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개최되지 못했다. 편성규약,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장치가 있었으나 적절하게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절차적 문제를 언급했다. (▷관련기사 : KBS ‘훈장’, 우여곡절 끝에 오늘 방송)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훈장> 2편 불방에 대해서는 누락됐다. 다큐멘터리 <훈장>은 당초 2편으로 제작됐으나 박정희 정권의 훈장 수여 문제 등을 다룬 2편은 끝내 방영되지 못했다. 특히, KBS 탐사보도팀에 의해 공개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 불방사태가 길어지면서 JTBC 등 타사가 먼저 관련 내용을 방송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 후, <훈장>을 제작한 최문호 기자는 퇴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KBS <훈장> 불방사태가 불러온 일련의 사태였지만 보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훈장> 불방사태 등 2015년 어느 때보다 ‘역사논쟁’이 크게 벌어졌던 KBS였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보고서는 보수·극우 성형의 주장들을 그대로 싣는 모습을 보였다.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와 KBS <뉴스9>의 ‘이승만 망명설’ 보도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광복 70주년 특집으로 제작됐던 <뿌리 깊은 미래>와 관련해 “내레이션 등 일부 표현이 문제시되면서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며 “전쟁의 원인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대한민국에 대한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한 점, 미 군정하의 대구 폭동 사건 관련 내용, 한국전쟁 발발 원인, 경과, 복구과정 관련 내용 등의 일련의 프로그램 내용들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방통심의위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뿌리 깊은 미래>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일방적인 견해만 제시, △정보원 등 출처 누락, △국가의 정통성이나 정치적 민감성 내용을 내레이션으로 처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견해만 제시하고 있다’는 등의 극우학자들의 주장은 다큐멘터리라는 특성에 대한 몰이해라는 비판이 벌어진 바 있다. KBS <뉴스9> ‘이승만 일본 망명설’ 보도에 대해서도 “야마구치 현사는 당시 야마구치 현 지사의 회고 인터뷰를 수록한 것으로 사실 여부를 떠나 객관적 검증이 되지 않은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해 “공정성과 관련한 준칙을 모아 하나로 정비한 것은 우리나라 언론사 중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아 역동적인 취재 및 제작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례를 포함한 실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실제 있었던 공정성 논쟁 사건들과 관련한 판례집 혹은 연구집을 제작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2015년 KBS 경영평가단은 △정윤식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와△이상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김선권 전 KBS 뉴미디어·테크놀로지 본부장,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장, △강은봉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김경율 김경률회계사무소 공인회계사, △전홍구 KBS 감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방송부문에 대한 평가는 정윤식 교수와 이상요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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