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도대체 어느 나라 변호사인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 중 일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약칭 민변)은 유우성 씨 등 국정원의 간첩조작 등의 사건을 파헤치며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 드러냈다. 또 꾸준히 국정원 등 수시기관들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탈출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됐으나 정보기관은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민변이 법원에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한 까닭이다. 이에 정부 여당과 방송뉴스들은 다시 ‘종북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21일 “KBS와 종편 TV조선, 채널A, MBN이 일제히 국정원 기관지를 자처하며 민변에 대한 ‘종북몰이’에 나섰다”며 “‘남측의 납치’라는 북한의 주장을 민변이 대변하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탈북 종업원들을 보고하고 있는 것일까

KBS <뉴스9>는 지난 20일 <“탈북 경위 가려야”…‘여종업원 재판’ 논란> 리포트를 통해 “집단 탈북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납치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북한 측이 펼치고 있는데, 이 문제가 법정에 오르게 돼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6월 20일 KBS '뉴스9' 리포트

KBS는 <[이슈&뉴스] 납치 주장서 위임까지…북 거센 ‘선전전’> 리포트를 통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탈북과 관련해 “북한도 관영매체와 CNN등 외신을 통해 가족들까지 내세워 남측의 ‘유인 납치극’이라고 집요하게 송환을 주장했다”며 “그런데, 북한이 느닷없이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 면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한 달 만에 민변이 위임을 받았다며 ‘인신보호구제’를 청구했다. 집단 탈북자에 대한 인신보호 소송은 민변과 정기열 초빙교수의 치밀한 공조를 통해 진행돼 왔다”고 강조했다.

KBS는 민변이 위임장을 받는 과정을 서명하면서 관련돼 있는 노길남 대표와 정기열 교수와 관련해 각각 '2014년 김일성상 수상자', '북한에서 선전공로를 인정받아 박사학위까지 받은'이라는 등의 수식을 붙여 설명했다. 결국, 민변이 북한을 이롭게 한 이들과 손잡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6월 20일 KBS '뉴스9' 리포트

KBS는 “8개 탈북단체 회원들이 민변을 항의 방문했다”며 “탈북자들은 일단 종업원들의 진술 자체가 사실 그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종업원들이 법정에서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이라고 답할 경우, 연좌제가 남아있는 북한 특성상 가족들이 ‘반역자’로 몰려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북한에 있는 가족을 걱정해 ‘납치당했다’고 하면 이번엔 자신들이 송환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이번 재판을 계기로 북한이 기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구제청구를 남발해 추가 탈북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민변의 책임론을 제기한 대목이다.

김정은의 탈북자 회유책에 법원이 당했다?

민변에 대한 ‘종북몰이’는 종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TV조선은 “김정은 정권의 탈북자 회유책에 (우리나라)법원이 당한 전례를 남긴 셈”이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북한식당 탈북 종업원들과 관련해 “뉴스와 드라마도 보고 3~4명씩 조를 이뤄 식당과 옷가게, 놀이동산을 다니며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이 그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그런 논리였다. MBN 또한 “재판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탈북 여성”이라며 국정원 편에 섰다.

민언련은 “북한에 남은 북한 종업원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비판의 대상은 민변이 아니라 국정원이 되어야 한다”며 “애초에 탈북자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북한 종업원들의 입국 다음날인 4월 8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들의 입국 사실과 신분 정보를 밝힌 것은 정부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에게 탈북자의 인권이나 북한 가족들의 안전은 애초 안중에 없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탈북인들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두 달간 조사받으면 하나원에서 남한 정착 교육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도 국정원은 이들만 유독 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고, 주기적으로 탈북자들을 면담해온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원들의 설문조사 요청까지 거부했다”면서 “집배원이 법원명령에 따라 인신구제청구서를 탈북 종업원 12명에 직접 송달하려는 시도도 두 차례가 거부됐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민변은 그동안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에서 변호인 등 외부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 부분과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KBS는 이번 보도를 하면서 김태훈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말을 인용해 민변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세계 최악이라는 고려가 없이 마치 자유세계에서 위임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형식 논리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KBS야말로 그동안 민변이 국정원 개혁 활동은 무시한 채 겉핧기식 종북몰이에 나선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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