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을 만날 시간이 이제 한 주만을 남기고 있다. 성급하게도 <또 오해영>의 연장은 옳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연장만 잘한 것이 아니라 쌓아온 설렘을 우려먹는 얄팍한 짓을 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드라마로서의 기능을 놓지 않고 있음에 박수를 치게 된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는 끝까지 보지 않는 편이 좋다. 로코는 연애가 성립되면 딱 거기까지가 드라마로서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연장까지 했다면 결말은 차라리 피하는 것이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또 오해영>은 조금 다르다. 이제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있음에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우선 박도경이 죽느냐 사느냐가 아직도 명확치 않아 시청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고, 이제는 간단히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예지원과 김지석도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 역시 미지수다. 이런 정도면 연장을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서현진과 엮이지 않은 명장면 두 개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연장의 여파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면서 연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해영의 엄마, 아니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의 엄마 김미경의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나를 닮아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습니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로 시작되는 김미경의 내레이션은 엄마와 딸로 유전되는 감정의 깊이를 시적으로 전달해주었다.

그러나 그 친년이가 하는 모양은 전혀 시적이지 않다. 오해영이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인사도 거른 채 뭔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안다. 분명 엄마의 마음과는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엄마의 불편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내미는 그저 우엉이 없다고, 우엉이 없다고 소리만 친다. 엄마는 말없이 나가 가게에 가서 우엉을 사와 딸 앞에 던진다. 그리고는 어느새 딸이 하는 짓을 돕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해영의 엄마 말은 꼭 엄마와 딸한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허리에 담 결리도록 긴장한 끝에 결국 키스를 했지만 진상은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더 어른인 수경이 그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다. 힘들어하는 진상을 보며 수경은 진상에게 “책임감과 의무로부터 해방시킨다”며 진상의 등을 떠밀었다.

등 떠민다고 발걸음이 가벼울 리가 없다. 왼발 오른발에 각각 천근의 무게를 올려놓은 듯 무겁기만 해 진상은 한 걸음도 떼기 힘겨워 한다. 그러자 수경은 뒤에서 제식훈련 하듯 씩씩하게 제자리걸음을 하며 “왼발, 왼발”을 외쳤다. 진상도 겨우 무거운 발을 떼며 보도블록을 깨트릴 것처럼 쾅쾅거리며 걷는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러는 수경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골목어귀를 돌아 수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진상도 휘청이다 벽에 쓰러진다. 다 큰 어른이 엉엉 운다. 그 멋 내지 않은 눈물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아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감탄을 했다. 드라마에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지 놀라웠다.

수경과 진상의 우스꽝스럽고 가슴 메어지는 이별 장면을 보면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독일군에 끌려가면서 어린 아들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놀이를 하는 것처럼 씩씩하게 웃으며 걷던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졌다. 페이소스가 극대화된, 감히 <또 오해영>을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을 정도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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