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면 법을 지킬 수 없어!’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표현한 외침이었다.

갑근세부터 부가세까지 단 한 푼도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사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부류들이 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십억, 수백억의 세금을 떼먹고도 멀쩡한 사람들이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 어쩔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교묘히 법망을 피해 고의로 탈세를 한 경우다. 고급아파트에 살고, 외제자동차를 굴리며 세상을 비웃는다.

OCN의 새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는 그런 악질적 세금체납자들을 사기로 꼬여 세금을 받아내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이야기다. 미드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화이트칼라>를 떠올릴 것이다. 꽃미남 사기꾼이 FBI를 도와 각종 지능범들을 잡는 이야기다. 당연히 범죄자들을 낚는 방법은 사기다.

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

드라마뿐만 아니라 가끔씩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사기는 묘하게 관객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하고 만족시켜준다. 그렇지만 한국 드라마는 이 짜릿한 소재를 그간 외면해왔다. 온갖 막장 드라마가 판을 쳐도 사기를 드라마로 끌어들이는데 괜한 윤리적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일지 모른다. 늘 그렇듯이 지상파가 못하는 것을 또 해내는 것이 케이블이다.

6시즌까지 진행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미드 <화이트칼라>도 그렇거니와 OCN의 <38사기동대> 역시도 겉으로 표방하는 것은 정의구현이지만 사실은 사기의 대리만족일 것이다. 몰래카메라가 언제나 먹히는 방송소재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범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남을 감쪽같이 속여 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가상의 공간 서원시 세금징수과의 백성일(마동석) 과장은 고지식하고 요령 없는 사람이다. 날고 기는 탈세자들을 쫓기에는 너무 둔한지 모르겠다. 세금체납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어야 할 그이지만 오히려 조롱당하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백성일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

양정도(서인국)는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여러 건의 사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해낼 정도의 사기중독자이다. 사기 피해자와 단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전화 몇 통만으로 사기를 칠 정도로 말빨이 좋고, 두뇌회전이 빠르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필이면 사기를 친 백성일에게 붙잡히게 된다.

모티브까지는 <화이트칼라>를 복사한 수준이다. 그 점은 아쉽다. 조금은 다른 동기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양정도가 사기를 치는 대상이 전부 서민들이라는 점도 적절치 못하다. 그러나 백성일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그런 수준일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흠잡고 싶은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세상에 많고 많은 범죄자들 중에서 유난히 얄밉고 배 아픈 것이 세금탈루자들이며, 그들을 때려잡는다는데 조금 신선하지 않은들 어떻겠는가. 다만 세금체납자들을 속일 양정도의 기술이 납득할 수준의 기발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이 드라마가 결코 만만치 않은 금토드라마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시청자를 설득하고 감탄시켜줄지 일단은 더 기대를 하게 된다. 그것만 된다면 별 생각 없이 즐기면서도 보고나서는 후련해질 수 있는 쏠쏠한 오락물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마동석, 서인국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기대해보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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