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비평’ 프로그램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KBS <미디어인사이드>에 이어 이번에는 <KBS 뉴스 옴부즈맨>이다. KBS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폐지”라고 주장하지만 KBS 구성원들은 “저널리즘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6월 종료 이후 해당 시간대에는 <동물의 왕국>이 대체 편성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17일 “조직개편의 고대영 사장 첫 작품은 뉴스 비평 프로그램 폐지였다”며 “KBS뉴스 옴브즈맨 폐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가 <KBS뉴스 옴부즈맨>을 폐지함으로써 KBS에서 ‘비평’ 프로그램은 <방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하고 있는 <TV비평 시청자데스크>만 남게 됐다. 이에 앞서 상호비평프로그램인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 4월 폐지됐다. (▷관련기사 :KBS 미디어 인사이드, 결국 폐지)

KBS뉴스 옴부즈맨 홈페이지 캡처

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사 뉴스를 전문적으로 비평한다!’는 기치아래 제작돼 온 <KBS뉴스 옴부즈맨>이 6월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다”며 “뉴스 보도에 대해 독립적으로 분석,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KBS 뉴스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기획의도를 밝히며 제작돼 왔던 프로그램이다. 특히, 보도국 간부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옴부즈맨 위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었던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KBS뉴스 옴부즈맨>은 월 1회 30분 간 방송된다는 점에서 ‘편성’에 따른 부담도 없다는 이들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KBS 사측이 위촉한 옴부즈맨 위원마저 “4월 총선에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보도가 많았다”,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는 찾을 수 없다”, “북한 관련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다”, “정부정책을 받아쓰기보다는 정부 책임도 다뤄야 한다”는 등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게 프로그램 폐지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KBS가 약간의 비판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뉴스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속셈이 이번 폐지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KBS 뉴스에 대한 건강하고 의미 있는 비판 등을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또 하나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결국 껄끄러운 프로그램의 폐지를 통해 편하게 방송하고, 주어진 직책의 당근만 누리겠다는 사측 간부들의 보신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전략”이라고도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나마 공영방송이라는 의미를 지탱해 온 3개의 비평 프로그램 가운데 2개가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KBS 저널리즘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면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치나 경제 권력에 종속된 저널리즘이 맞닥뜨린 후폭풍이 어떠했는지는 국내외 여러 사례 등을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의 소중함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홍보팀은 “집중과 선택, 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복적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에 대한 통합과 조정을 추진해왔고 <KBS뉴스 옴부즈맨> 프로그램 역시 같은 맥락”이라면서 “다만, 프로그램 내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KBS 뉴스 보도에 대해 분석하는 방안은 심도 깊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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