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조합이 빛났다. 16일 방영된 <해피투게더>는 ‘옛날 언니 vs 요즘 동생’이라는 주제로 걸그룹 선후배 특집으로 꾸며졌다. 옛날 언니로는 바다, 박정아, 제아 등이 나왔고, 요즘 동생들로는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 아이오아이 중에서 임나영, 정채연, 최유정 등이 출연했다. 요즘 추세로는 당연히 아이오아이가 더 주목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요즘 동생들도 신인 걸그룹의 리더들로 구성했다면 훨씬 더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해피투게더>가 오랜 부진을 끊고 다시 목요일 심야의 강자로 떠올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과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기획력이었다. 근래 <해피투게더>의 기획이 전과는 달리 의욕적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 '옛날 언니 VS 요즘 동생' 특집

그런 <해피투게더>의 분발에 힘을 더해준 것은 오랜만에 예능에 모습을 드러낸 바다의 원맨쇼였다. 등장부터 활기차다 못해 본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매드 모드로 일관한 바다의 흥과 에너지는 시종일관 넘쳐났다. 오죽하면 배려의 아이콘인 유재석마저도 자주 버럭하는 척하며 바다를 말려야 할 정도로 바다는 대단히 열심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바다의 넘치는 흥은 그대로 <해피투게더> 엠씨들과 다른 게스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이날 <해피투게더>는 전에 없던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그런 덕분인지 예능에 오랜만에 나온 박정아나 제아도 어색함 없이 적극적으로 토크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걸그룹을 그만둔 지 꽤 오래됐지만 잠들어 있던 아이돌 특유의 승부욕이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 '옛날 언니 VS 요즘 동생' 특집

사실 신구 걸그룹의 만남이라고는 했지만 아이오아이 입장에서는 엠씨가 특별히 기회를 주기 전에는 토크에 자발적으로 끼어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럴 용기도 없고, 그런 기술도 아직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레 요즘 동생들보다 옛날 언니들의 입담 배틀로 흐를 수밖에는 없었고, 그 열기에 불씨를 던진 것 바다의 공로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의도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아이오아이 임나영과 엄현경의 얼굴이 너무도 닮아서 놀라웠다.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두 사람이 닮았는데 왠지 성격까지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엄현경과 임나영이 이날 특별히 토크로 재미를 주지는 않았지만 도플갱어가 따로 없는 닮은꼴 그 자체로 충분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다.

KBS 2TV <해피투게더3> '옛날 언니 VS 요즘 동생' 특집

<해피투게더>는 시즌3 들어 시즌2에서 재미를 보았던 야간매점 등 특별한 코너 없이 이렇다 할 반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시청률은 5%대에서 오락가락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적어도 화제성에서는 활기를 띠고 있다. 그것이 몇 번 반짝한다고 오랜 침체국면을 벗어날 동력이 되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만한 근거는 될 것이다.

이제 계절은 빼도 박도 못할 여름으로 발목을 빠뜨렸다. 이미 밤은 길어졌고, 더위는 그 밤을 더욱 길게 만들 것이다. 다른 때보다 심야 콘텐츠가 더 절실한 이유다. <해피투게더>가 전보다는 더 재미있어지기를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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