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사가 드디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해 7월 종편의 방발기금 징수율을 방송광고매출액의 0.5%로 정했고, 1년 유예한 뒤 2016년부터 징수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방통위는 오늘(16일)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 및 부과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면서 올해 종편 4사에 기금을 징수할 것을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방발기금은 일정 규모 이상 방송통신사업자들이 미디어생태계 발전을 위해 내는 일종의 회비입니다. 2011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방발기금을 내지 않으면서 매년 억 단위의 기금을 지원받아 특혜 논란이 있었는데, 드디어 종편으로부터 회비를 걷는 셈입니다.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종편은 방송광고매출액 0.5%를 액면 그대로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방통위는 특혜 논란과 비판 여론 때문에 적자를 기록한 종편사에게도 0.5%를 기준으로 기금을 징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자본잠식 수준 즉 ‘자본결손율’만큼 징수액을 감경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편이 그 동안 자본금을 절반 까먹었다고 가정하면, 해당 종편은 방송광고매출액 0.5%의 절반만 납부하면 됩니다. 물론 다른 사업자에게도 적용하는 기준이니만큼 특혜라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종편이 이명박 정부의 특혜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날치기로 탄생했고, 그 동안 △중간광고 허용 △직접 광고영업(2014년부터 1사1렙 특혜) △방발기금 납부 유예 등 특혜를 받아왔을 뿐더러 연간 억 단위의 방발기금을 지원받아 왔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듭니다.

어쨌거나 어쨌거나 종편이 낼 회비는 과연 얼마일까요. 종편은 방송산업이 침체 중인 와중에도 시청률도 오르고 매출액도 크게 뛰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방송사업자들로부터 받은 방송광고매출액 등 자료를 보정 중입니다. 이르면 6월 말 방발기금 징수의 근거가 되는 통계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아직 공표 전이라서 그런지, 방통위 재정팀과 방송시장조사과에서는 관련 숫자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별로 1~2억원을 내게 될 것 같다”고만 했습니다. 통계가 나와봐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습니다만 종편 4사와 각사의 방송광고판매대행자(미디어렙)의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매출 자료 등을 근거로 종편이 내야 할 금액을 추정해봤습니다.

우선 흑자를 기록한 TV조선와 채널A부터. TV조선의 2015년도 매출액은 1137억2886만8081원입니다. 이는 전년대비 250억원 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TV조선은 2014년 6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15년에는 87억2821만8122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이중 방송광고 매출은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TV조선(법인명 조선방송)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TV조선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사인 조선미디어렙과 TV조선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은 839억7732만원입니다. TV조선의 자본 상태(자본금 3100억원 중 707억9071만원 결손)을 고려하면 TV조선이 내야 할 기금은 3억2천만원 가량이 됩니다.

다음은 채널A입니다. 이 방송사는 지난해 매출액 1139억926만8584원에 29억3323만4699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14년에 비해 매출은 200원 이상 늘었고, 84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렙사인 미디어렙에이와 채널A와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은 490억3872만원인데, 이를 방송광고매출액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2014년에는 312억5761만원이었는데 180억원 정도 성장했습니다. 제무재표 상 자본금은 4076억원이고 결손금은 1161억6402만원입니다. 이를 모두 고려했을 때 채널A가 내야 할 방발기금은 1억8천만원 수준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방송사는 MBN(매일방송)입니다. MBN은 2015년 1109억9523만1182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9억117만4495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MBN은 감사보고서에서 MBN미디어렙과 관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MBN미디어렙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방송광고판매대행수익은 108억1512만3333원이고 통상 미디어렙이 15%의 대행수수료를 챙기고 이를 자신의 매출로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MBN의 지난해 방송광고매출액을 720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MBN의 자본금이 2796억5376만원이고, 결손금이 327억7843만3384원인 점을 고려해 납부해야 할 방발기금을 추정하면 3억1천만원 정도 됩니다.

마지막은 JTBC입니다. 이 회사는 타사와 달리 사업 초기부터 드라마와 예능에 통 큰 투자를 해왔죠. JTBC의 지난해 1972억3587만1544원을 올리며 종편 4사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558어3843만5446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JTBC와 이 회사의 미디어렙사인 제이티비씨미디어컴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은 1215억4184만원인데, 이를 JTBC의 방송광고매출액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JTBC의 자본금이 5470억3090만원이고 결손금이 4573억4144만8888원으로 자본잠식 상황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통위가 JTBC에서 징수할 방발기금은 1억원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계산한 금액은 추정치입니다. 종편의 미디어렙사는 최대주주인 각 종편의 방송광고만을 판매대행하지만, 모든 매출이 방송광고와 관련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디어렙 매출의 90% 정도는 종편 방송광고 판매대행 수수료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 “각 사별로 1억에서 2억원 사이를 납부하게 될 것”이라는 방통위 관계자 설명과 미디어스가 추정한 값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해 계산한 미디어스의 추정치가 잘못됐거나, 종편이 방송광고매출액을 의도적으로 낮춰 방통위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둘다 있습니다.

과연 종편은 얼마나 낼까요. 방통위가 종편이 낸 자료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이왕 걷기로 했으면 사업자들이 방통위에 낸 자료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종편과 종편미디어렙이 공개한 숫자들도 제대로 검증해야 합니다. 방송광고를 협찬으로 정산하거나, 신문-방송 공동영업의 결과물을 방송사업 매출로 뭉뚱그렸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또 다시 종편 봐주기, 종편 특혜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기금을 걷으려면 확실하게 검증하고 정산하고 그 돈으로 영세한 채널과 제작사, 공익채널을 지원하는 데에 쓰면 좋겠습니다. 방통위 공무원들이 ‘열일’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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