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시즌 9호 홈런을 쳐냈다. 0-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균형을 깨트리며 피츠버그 최고의 유망주인 선발 제임슨 테일론에게 승리를 선사해주었다. 뉴욕 매츠의 강력한 선발진을 생각해보면 오늘 경기 역시 쉽지 않았다. 연패에 빠진 팀에게는 돌파구를 열어줄 선수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강정호가 해냈다.

디그롬 상대로 한 강정호의 강력한 한 방, 긴장감 넘치던 균형을 한순간에 무너트렸다

강정호가 대단한 것은 노림수 야구를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림수는 잘못 되면 최악의 기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력한 한 방도 가능하지만 꼬이면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실타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강정호는 대단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영건 중 하나인 디그롬은 신인왕 출신이다. 지난 시즌 14승을 올린 메츠의 에이스 격인 디그롬과, 올 시즌 첫 등판을 메츠에서 하며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던 테일론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콜이 부상으로 DL에 등재되자 콜업 된 테일론은 다시 만난 메츠와 경기에서 확실한 복수를 하게 되었다.

강정호 시즌 9호 홈런[AP=연합뉴스]

기록만 보면 디그롬의 압승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피츠버그는 최근 연패에 빠져있었고, 에이스 콜마저 빠진 상황에서 마이너에서 콜업 된 테일론의 존재감은 디그롬과 비교해봤을 때 가볍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일론은 묵직했고, 그런 강력함에 메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 첫 경기에서 비록 3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호평이 쏟아졌던 테일론의 투구는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다. 두 번째 맞이하는 메츠 타선을 마치 완벽하게 분석한 것처럼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상대해가는 테일론은 피츠버그를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천하의 디그롬도 강정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대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철저하게 유인구로만 승부하다 볼넷을 내주었다. 앞선 피츠버그 타자들을 강속구로 압박하며 쉽게 잡아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두 번째 타석인 4회 초 타석에 나선 강정호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90마일 슬라이더를 잘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6회 마르테가 안타로 기회를 만들자 타석에 나선 강정호는 홈런으로 화답했다. 첫 공인 변화구에 크게 헛스윙을 했던 강정호는 두 번째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0의 균형을 깨트리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강정호의 스윙 뒤 디그롬은 자신의 강점인 강속구로 승부했다.

1S 상황에서 가운데 94마일 포심을 놓치지 않고 담장을 넘겨버린 강정호는 대단한 파워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토록 조심하고 피해가던 디그롬은 초구 헛스윙에 유혹을 느꼈고, 강속구로 대결을 했지만 강정호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뉴욕 메츠와의 방문경기 6회에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시즌 9호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다.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 0-0으로 맞선 6회초 2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강정호의 이 홈런이 중요한 이유는 팀 연패를 끊어낼 수 있는 희망을 줬다는 점과 함께 피츠버그 미래의 에이스인 테일론의 호투에 힘을 실어주는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테일론은 메츠 타선을 상대로 무안타로 틀어막고 있었다. 신인인 그가 이렇게 호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호투하는 투수를 위해 적절하게 점수를 뽑아주는 것은 팀 승리와 선수의 자신감을 위해서도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의 홈런은 중요했다.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8개의 삼진을 잡으며 피츠버그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지만 킹캉을 넘어서지 못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강정호의 타격감은 여전히 좋았다. 9개의 홈런과 9번의 멀티 히트를 기록한 강정호. 8회 터진 마르테의 투런 홈런까지 더해지며 피츠버그는 최악의 연패를 벗어날 수 있었다. 메츠의 에이스들이 연이어 등판하는 경기에서 신인 타이언은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메이저 첫 승을 신고했다.

완벽한 투구와 그런 투수에게 승리를 선물한 강정호의 투런 홈런 한 방은 왜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증명해주었다. 킹캉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강력한 존재감은 그가 예고했듯 3할 타율과 30 홈런을 향한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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