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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과 윤종오에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20대 국회, 전문성 간과한 상임위 배치 논란에 대하여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6.15 10:07

1994년부터 20년 넘게 언론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3일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배정을 받았다. 그가 의회정치로 공간을 옮긴 이유는 ‘언론개혁’을 위한 것이었다. 언론계 인사들은 그가 ‘방송’을 관장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될 것이라는 점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정의당이 국회에서 힘이 없는 비교섭단체이고 추혜선 의원은 그 중에서도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초선 비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의 태도는 이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그간 상임위 관련 논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이렇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교섭단체들은 19대 국회의 상임위 틀을 기본으로 하기로 정해 국회 미방위 의원 정수도 24명으로 유지됐다. 3당은 협의를 통해 24석 중 10석은 더불어민주당, 또 다른 10석은 새누리당에, 3석은 국민의당에 배분했다. 정의당 등과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 몫은 1석이 남은 셈이다. 결국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갖는 선택의 폭이 거대정당들의 '선의'에 의해서만 좌우된 셈이다.

이 점은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사실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19대 국회 후반기 구성을 두고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당시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환노위에 배치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합의해 환노위 의원 정수를 조정한 이후에야 노동운동가 출신인 심상정 의원은 환노위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이는 의원들의 '전문성'을 배려하지 않은 상임위 배정이 어떤 문제의식이나 원인분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례대표 상임의 재배정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미디어스

4.13 총선 이후 JTBC <썰전>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상황이 비교섭단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광진 당시 의원의 소속은 널리 알려졌듯 국방위원회였는데, 이는 '청년 비례대표'라는 불리한 입장 때문에 당 내 논의에서 김광진 의원이 후순위로 밀린 결과 전문성과 관계없는 비인기상임위에 배정된 결과였다.

이런 사례를 모아보면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문성을 앞세워 국회에 입성했으나 관련 법안 발의 활동에 미약한 사례가 많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전문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국회라는 걸 알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추혜선 의원의과 더불어, 무소속 윤종오 의원의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윤종오 의원 역시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국회 환노위 배정을 희망했으나 앞서와 같은 논의구조 속에서 미방위로 밀렸다. 이런 사건들은 국회 내에서의 소수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기회도 얻지 못하는 '영원한 소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추혜선 의원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논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비교섭단체의 상임위 배분권을 갖고 있는 정세균 의장과 거대정당들은 이를 정의당과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풀어야 할 문제로 주장하고 있다. 모든 의원들이 원하는 상임위를 배정받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고, 정의당의 경우 6명 중 5명이 자신이 희망하는 상임위에 배정됐기 때문에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배려를 해준 걸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미방위 소속인 윤종오 의원과 추혜선 의원이 알아서 서로 상임위를 바꾸거나, 환노위에 배정된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추혜선 의원의 배정 상임위를 교환한 후, 이를 다시 윤종오 의원과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해법은 근본적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모든 국회의원이 원하는 상임위에 배정될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하는 상임위'가 과연 무엇이냐는 점이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상임위는 자신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권력을 많이 쥘 수 있는 곳이거나 상대할 수 있는 피감기관이 다양한 곳에 집중된다. 미방위의 경우는 오히려 '비인기' 상임위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지망에 미방위를 쓴 의원이 단 3명에 그칠 정도였다. 원 구성 협상에서 미방위원장직이 당시 국회 1당을 자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새누리당에 넘어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방송이나 언론, 또는 '창조경제' 따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상진 조원진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없이 주먹구구식 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이다.

때문에 이 문제를 정의당이 윤종오 의원과의 어떤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건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별다른 정책적 목적의식 없이 원구성 협상에 나섰던 교섭단체들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횡포를 문제삼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20대 국회 상임위 및 상설특위 배정 전체를 보아도 쉽게 드러난다. '비인기 상임위'인 의원 정수 22명의 국회 외통위의 비교섭단체 몫은 2석이다. 의원 정수 24명인 국회 미방위의 경우 비교섭단체 몫 의석은 1개다. 정원이 29명이자 '인기 상임위'인 교문위의 경우는 비교섭단체 몫 의석이 1개 뿐이다. 전체 의원 정수가 늘어나면 비교섭단체 몫도 늘어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적용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아니, 아예 전체 의원 정수 자체가 상임위가 가진 고유한 업무 또는 피감기관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고 있는 것인지조차도 의문스럽다. 사실 거대정당들의 합의에 의한 배분이 유일한 기준이고 나머지는 아무런 판단기준이 못 된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이러니 추혜선 의원과 같은 사람들이 '갑의 횡포'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을 제1의 기준으로 삼아 상임위 배분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의원들이 원하는 상임위에 배정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모두를 수긍하게 만들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또, 그래야 '일하는 국회'를 넘어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비례대표제의 애초 도입 목적은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소선거구제 구조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당사자들에 국회 입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례대표 의원들의 전문성을 고려한 상임위 배정의 원칙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러한 원칙을 세울 수 있는지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한 20대 국회의 이후 선택에 달려있다. 또 다시 무능한 국회라는 평가로 시작할 것인가? 국회의 선택에 주목한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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