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해 만든 YTN의 영상물이 불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측은 6·10 항쟁이 ‘진영 논쟁의 대상’이라며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만을 허락했고, 노조는 “기자들의 무력감을 더욱 키우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YTN 영상취재부는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29주년을 맞아 영상물을 제작했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고’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어록과 ‘무서운 건 그들의 발소리가 아니라 꼭 다문 너의 입과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발바닥, 소리 없는 함성은 우릴 가둘 뿐이라는 걸 왜 우리는 알면서 그냥 있어야 했나’라는 이한열 열사의 ‘무섬증’이라는 시를 인용한 영상(링크)이었다.

YTN 채널에서 방송되지 못한 6·10 민주항쟁 29주년 기념 영상

그러나 영상취재부장은 해당 영상을 YTN 홈페이지, 페이스북 계정 등 인터넷에 게시할 수는 있지만 YTN을 통해 방송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이하 YTN지부) 설명에 따르면 담당 부장은 ‘6월 항쟁이 아직 진영 논쟁의 대상’이라며 불방을 지시했다. 결국 해당 영상은 YTN에서 방송되지 못했다. 13일 오후 5시 55분 기준, 페이스북에서는 29000회 이상 조회된 상태다.

YTN지부는 13일 성명을 내어 “공추위(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데스크의 편집권을 존중한다. 그러나 편집권의 행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 영상은 수많은 시민이 참여한 6월 항쟁을 기리고 항쟁이 갖는 역사적 보편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송이 못 나간 그날, 정부가 주관한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6월 10일이 민주주의 발전에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평가했다. 기념식엔 여야 의원이 두루 참석했다. 우리 사회에서 6월 항쟁은 진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YTN지부는 “더군다나 보도국회의에서는 영상물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한 일이 없음에도 국장단 의견이라며 영상 수정을 요구하는 건 개인적 견해를 회사의 공식 견해로 둔갑시켜 일선 기자를 압박하는 일”이라며 “데스크의 편집권은 데스크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볼 때 납득할만한 지시가 아니라면 그건 게이트키핑이 아니라 독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YTN지부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성역 없는 보도와 새로운 콘텐츠, 참신한 아이템을 시도하려는 구성원들의 의욕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영상, 날카로운 기사는 자발적인 발제가 아니면 나오기 어렵다. 그런데 특히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YTN은 자발성이 매우 위축돼있고 자기검열은 아직도 팽배하다”며 “공추위는 이번 일이 일선 기자들의 무력감을 더욱 키우고 새로운 아이템 고민해봐야 소용없다는 냉소를 부추겨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측에 이번 ‘6·10 민주항쟁 영상 불방 사태’를 정식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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