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PD가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을 3년 간 쫓아 제작한 다큐 <자백>을 두고 스토리펀딩이 시작됐다. 민감한 이슈를 다뤄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대표 김용진)는 13일 다큐멘터리 <자백>의 스토리펀딩을 시작했다.(▷바로가기) 8월 31일까지 80간 진행되는 스토리펀딩은 2억을 모아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을 목표를 두고 있다. 펀딩은 1만원부터 그 이상의 고액까지 가능하며, 참여자는 다큐 <자백>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기재되고 개봉하기 전에 진행될 시사회 티켓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큐 <자백>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큰 호평을 받으며 다큐멘터리상과 NETPAC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성역으로 존재하는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컸다. 다큐 <자백> 제작진이 스토리펀딩을 선택한 까닭이다.

(사진=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예민한 사례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사회적 푸대접을 받는 건 처음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영화제 독립성’ 문제로까지 비화됐던 다큐 <다이빙벨>은 실제 대형 멀티플렉스 측에서 상영과 대관 등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관련기사 : ‘다이빙벨’ 거부 멀티플렉스, 공정거래법 상 차별이다) 또한 삼성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과 다큐 <탐욕의 제국> 그리고 <천안함 프로젝트> 또한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관련기사 : “멀티플렉스, 보고 싶은 영화 선택하고 계십니까?”)

다큐 <자백>을 제작한 최승호 PD는 “개봉관 확보에 걱정이 없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실제로 걱정들이 많았다”며 “국정원을 다뤘다는 점에서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큐 <다이빙벨>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멀티플렉스 스크린에서 연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자백>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라는 게 영화계에 계신 분들이 우려였다”고 말했다.

최승호 PD는 “그래서 <자백>을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시민들의 힘을 모으자는 것이 이번 스토리펀딩을 시작한 이유”라며 “많이 모이면 전국적으로 영화관을 대관해 시사회를 열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멀티플렉스에서도 개봉을 하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펀딩을 통해 시민들이 많이 모인다면)국정원을 다뤘다고 하더라도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완벽하게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거부할 일말의 빌미잡힐 건 없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이슈를 다룬 영화들은 대관조차도 힘들었다’는 반응에 최승호 PD는 “보통 영화관이 50%가 안 찬다. (관객들을 모아 대관하는 것은)극장 운영에도 도움이 되는 건데, 그걸 못한다고 하면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100% 어긋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큐 <자백> 배급을 맡은 시네마달 홍보팀 관계자는 “(다큐 개봉과 관련해)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한 반향을 일으켜 무엇보다 <자백>을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으로 펀딩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계기로 인해 멀티플렉스 극장문도 좀 더 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큐 <자백>의 스토리펀딩이 목표대로 멀티플렉스에서 어느 정도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다면, 향후 민감한 이슈를 다른 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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