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복면가왕>의 오프닝은 예고한 대로 국카스텐의 무대로 열었다. 음악대장이 아니라 국가스텐의 보컬로 신곡 <Pulse>를 대중에게 소개했다. 워낙 오랫동안 음악대장을 봐온 탓에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지만 사실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무대였다. 과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있을 거라 감히 상상키 힘들만큼 놀라운 파격의 무대였는데, 그밖에도 이날 무대는 또 다른 반전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복면가왕> 1부는 탈락자들의 향연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미스터리가 실종된 <복면가왕>의 여전한 미덕이다. 가왕전에 오를 참가자라면 빠르면 1라운드 늦어도 2,3라운드에서 그 정체를 이미 짐작하게 된다. 이를테면 1라운드에서 만난 세렝게티와 돌고래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예상대로 세렝게티는 노브레인의 이성우였다. 돌고래 또한 누군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사람이다.

MBC <일밤-복면가왕>

정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노브레인 이성우의 <복면가왕> 출연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현장의 평가단도 일반 시청자도, 그 정확하다는 네티즌 수사대도 정체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치어리더, 파더, 아폴론 등이 준 놀라움이 즐거웠다. 그 중에서도 반전의 크기가 가장 큰 출연자는 아폴론 이상민이었겠지만, 필자에게는 치어리더 혜린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EXID 리드보컬 혜린은 그룹 내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EXID는 하니의 직캠으로 역주행이라는 전설을 쓰고, 솔지의 <복면가왕>으로 대세로 굳어진 걸그룹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래퍼 엘이가 EXID의 노래 대부분을 만든다. 그런 반면 나머지 멤버 혜린과 정화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MBC <일밤-복면가왕>

그런 때문인지 이날 1라운드 대결 첫 주자로 무대에 선 치어리더의 정체에 대해서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간 다른 출연자들의 정체를 추측할 때도 혜린의 이름이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EXID 혜린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EXID 노래에서도 혜린 파트 뒤에 곧바로 솔지가 이어받는다. 고음을 담당한 솔지의 존재가 혜린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군다나 음악예능에서 실력파로 이미지가 굳혀진 솔지이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복면가왕>에 출연한 혜린은 굳이 솔지와 비교해서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리드보컬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세상에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

MBC <일밤-복면가왕>

아마도 EXID 팬덤조차 놀라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폭발적인 고음을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탈락이 결정된 후 부른 조수미의 <나 가거든>은 평가단으로부터 탈락이 아깝다는 탄식을 하게 했고, 마침내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자 모두들 경악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EXID에서는 복가여왕 솔지에 이어 하니가, 비록 가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가왕과의 대결까지 가는 기염을 토한 바 있었다.

그런 EXID에서 또 <복면가왕>에 출연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다른 보컬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다. 그렇게 가면을 벗은 혜린이 노래하는 모습에 호응하는 ‘도대체 EXID는 실력파 보컬이 몇 명인 건지...’이라는 자막이 흘렀다. 혜린이 비록 언니들처럼 가왕이 되거나 하지는 못했어도 <복면가왕>에 도전한 용기에 대한 충분한 찬사였다. 비록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혜린은 그 작은 도전 하나로 자신은 물론 EXID에게 큰 선물을 줄 수 있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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