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된다. 마음도 그렇다. 차라리 똥이라면 피하고 말지 마음은 아끼면 삶이 썩게 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 그렇게 된다. 박도경(에릭)과 서해영(서현진 오해영)에게 일대 위기가 왔다.

아침부터 마신 과일주가 화근이었다. 기다리는 박도경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난 오해영은 독한 과일주를 퍼마신 끝에 생뚱맞게 고민상담을 하는 라디오에 전화를 걸었다. 익명과 음성변조를 요구해놓고는 상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그만 스스로 자기 이름을 말해버렸고, 세상이 알아버리게 됐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렇게나 주변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오해영이었지만 오해영에게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는 금세 퍼졌다. 세상인심 참 사납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부족할 지경이다. 그 절망적 상황에서도 오해영은 또 도경이 그립다. 눈을 뜰 수가 없는데 잠도 오지 않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도경 때문에 화가 나는데 박도경이 그리워서 못살겠다.

아는 사람들만 알아도 견디기 힘든 파혼의 내막이 온 천지에 알려졌다. 감정표현이 서툴다 못해 불구에 가까운 박도경의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게 되고,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거의 숙명처럼 선택하게 되는 이별은 당연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사실 해결법은 친구 이진상(김지석)이 다 말해줬다. 비록 매일 밤 다른 여자를 전전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이진상은 박도경과 달리 감정 과잉이고 사랑에는 불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진상이라도 이번에는 옳았다. 이 모든 사단은 박도경과 오해영이 사랑하게 되면서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하는 마음과 말을 아끼지 말아야 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사랑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이 유일한 해결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반만 맞는 생각이다. 오해영에게 죽을 죄를 지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오해영을 지탱해줄 유일한 사람 또한 박도경이었다.

분명 누구라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용기를 냈어야 했다. 무릎을 꿇고 빌라고 했을 때 빌어야 했고, 라디오 사건으로 더욱 곤란해진 오해영에게 달려갔어야 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박도경은 그 사랑한다는 말이 마치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말처럼 여겨져서 차마 하지 못한다.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오해영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빌어먹을 그 놈의 엄격한 성격이 문제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마음이 바닥날 때까지만 남들 모르게 사귀자는 오해영의 간절한 부탁에도 “나 혼자 나쁜 놈일 때 끝내는 게 맞아”라고 할 뿐이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레 자신을 벌주려고 한다. 상처받은 오해영을 치유하는 것보다 자신을 벌주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박도경은 어찌 보면 대단히 이기적인 존재다.

그 벌은 고독이다. 박도경이 보는 환시 속 미래에 오해영이 없다는 것이 벌이다. 피를 흘리며 도로에 쓰러진 상태에서 비로소 “사랑해”라고 하지만 의미 없다. 상대가 듣지 못하는 고백 따위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박도경 때문에 불행해지고, 그런 박도경을 사랑하고 그래서 세상의 놀림거리가 된 오해영을 그냥 내버려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다. 비루한 모습이라도 끝까지 오해영 옆에 섰어야 했다. 결국 둘이 다시 사랑하게 되겠지만, 로코니까 그런 것이 해피엔딩이겠지만, 과연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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