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국내 포털사이트를 때렸다. 무려 5분이 넘는 시간의 리포트로 말이다. KBS는 6일 메인뉴스에 <[이슈&뉴스] 포털 낚시 기사 악순환>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내고 ‘트래픽’으로 엮인 언론과 포털의 문제를 보도했다. 요컨대 “포털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악용한 광고성 기사들이 노출되고 있고, 성적으로 자극적인 사진과 기사들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KBS는 “기사의 유통이 포털에 의해 장악된 이후 황색저널리즘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언론 기사를 통해 이용자를 유인해 오래 머물게 한 뒤 광고를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KBS는 포털사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사이비 인터넷언론’을 단 한 곳도 퇴출시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견 올바른 지적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어만 사라져도 어뷰징(abusing, 동일기사 반복전송)과 선정적인 기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실검은 포털 이용자들이 ‘이슈’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그 폐해가 커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네이버와 다음, 언론사는 광고주에게 이용자를 팔아넘기는 ‘트래픽’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리고, 대형언론사의 닷컴과 포털의 ‘공생’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포털과 언론이 스스로 실검을 폐지하거나 실검 기사를 포털에 전송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KBS의 비판이 의미는 있지만 유효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KBS 리포트 갈무리

주목해야 할 것은 KBS가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대목이다. 포털이 이용자를 잡아끄는 도구 중 하나로 뉴스를 활용하고, 열 중 일곱이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네이버가 영향력 부문에서 언론을 압도하고, 광고시장의 중심축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널리즘 그리고 한국사회의 공론장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진입장벽이 필요하다고 믿는 KBS와 같은 언론 입장에서는 포털에 대고 “선정적인 기사로 트래픽을 경쟁하는 주요 언론사의 닷컴 등 인터넷언론들을 퇴출하라”고 요구하고, “옥석을 가려 받아들이라”고 주문할 수 있다.

특정언론사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져야 포털이라는 ‘공론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KBS가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KBS는 클릭수와 이용자의 체류시간이 광고비에 영향을 주고, 포털이 첫 화면을 뉴스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포털이) 언론 기사를 통해 이용자를 유인해 오래 머물게 한 뒤 광고를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주는 돈은 헐값이다. 이렇다 보니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와 사진 등을 더 많이 올려서 자체 페이지 광고비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털이 언론에 지급하는 돈이 적은 탓에 황색저널리즘이 멈추지 않는다는 황당한 논리다.

KBS 주장대로 포털이 언론에 더 많은 돈을 쥐어주면 실검 기사와 기사를 가장한 광고가 사라질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포털이 구글처럼 첫 화면에 뉴스를 띄우지 않고, 실시간 검색어를 없애지 않는 한 이른바 ‘사이비언론’의 ‘유사언론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KBS는 포털에 ‘인터넷언론을 정리하고 내게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밖에 안 된다. KBS의 리포트는 한계가 분명하고, 의도를 의심받을 만큼 날카롭지도 않다. KBS가 “사이비 인터넷언론의 유통망 역할을 하는 포털이 형식적인 조치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려면, 사이비언론의 유사언론행위를 직접 ‘고발’해야 하지만 K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KBS의 네이버 뉴스스탠드 편집화면. KBS가 2016년 6월 7일 정오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뉴스는 <맛있는 라면에 담긴 ‘과학’>인가.

만약 KBS가 ‘저널리즘의 복원’이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돈 받고 정부 정책과 기업 상품을 홍보한 언론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비판한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언론의 부조리한 행태를 비판하거나 타사 기사를 검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차별화한 저널리즘을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KBS 정필모 보도위원은 최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KBS의 집단지성은 상당히 무너져 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을 하달해 집행하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다 보니 그렇다. 기자와 데스크의 집단지성이 작용해야 하고, 전문성과 기자윤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초가 서지 않으니 편향성 문제가 생기고, 좋은 저널리즘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KBS는 저널리즘의 질을 주장하고, 저널리즘의 복원을 추동할 자격이 없다. KBS는 자신의 저널리즘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반성해온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를 폐지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인 KBS와 청와대 사이에 있었던 ‘보도통제’ 의혹, MBC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방송통제’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베테랑 기자들은 이런 이유를 들며 KBS를 떠났다. 적어도 지금 KBS는 저널리즘의 품격을 따질 자격이 없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면 오히려 ‘늑대 아님’을 증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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